160년 전 우주선 상상한 쥘 베른…비결은 SF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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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가 지난주 촬영한 달의 쇰베르거 분화구 모습. /인튜이티브머신스 제공

‘과학소설(SF)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작가 쥘 베른(1828~1905). 그는 약 160년 전 지구에서 달나라까지 가는 방법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했다. 그의 예측은 놀라울 정도로 들어맞았다. 달까지의 표준 비행시간과 우주선 무게, 로켓 발사 시기와 장소, 역추진 로켓과 우주선의 해상 귀환 등 놀라운 게 한두 개가 아니다.

그가 우주 탐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1865)와 <달나라 탐험>(1869)을 발표한 것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1969)보다 100년 앞선 시기였다. 소설 속에서 달나라로 향하는 엄청난 크기의 대포가 발사된 장소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 지구의 자전 속도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미국에서 위도가 가장 낮은 지역 중 한 곳을 택한 것이다. 지금의 케네디우주센터가 있는 지역이다.

역추진 로켓, 바다 귀환도 닮아

과학소설 아이디어를 메모 중인 작가 쥘 베른.

과학소설 아이디어를 메모 중인 작가 쥘 베른.

대포가 달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도 아폴로 11호와 같이 나흘이다. 우주선에 탄 사람이 세 명이고 역추진을 통해 지구로 돌아온다는 점, 착륙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스플래시다운(우주선의 해상 착수)이라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도 똑같다. 태평양에 착수한 지점이 소설 속의 위치와 겨우 4㎞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으니 더욱 놀랄 일이다. 우주여행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동물을 이용한다는 발상까지 닮았다.

그는 이렇게 기막힌 상상력을 어떻게 키운 것일까. 성장 과정에서부터 특별한 감각을 체화했다. 프랑스 서부 최대 무역항인 낭트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대서양과 그 너머의 땅을 동경했다. 틈만 나면 <로빈슨 크루소> 같은 해양 모험소설을 찾아 읽었다. 기숙학교 여교사가 하는 이야기도 허투루 듣지 않았다. 그 여교사는 30년 전 바다에서 실종된 남편이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서 잘 지내고 있으며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어른이 돼서는 모험 여행을 자주 하며 견문을 넓혔다. 바쁜 집필 활동 중에도 영국(1859)과 스칸디나비아(1861), 미국(1867) 등을 두루 여행했다. 북해와 지중해를 요트로 항해하기도 했다. 보불전쟁이 터지자 자원해서 참전했고 전공을 세워 영예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지리정보와 과학 지식을 작품 속에 그대로 녹여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한 자료 준비와 정보 분석, 반복적인 검증과 끝없는 퇴고 등 남다른 노력이었다.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오전 11시까지 글을 쓰고 이른 점심을 먹은 뒤 도서관에 갔다. 그곳에서 15개의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봤다. 그리고 자연과학 잡지를 찾아 국내외에서 나오는 최신 정보와 지식을 흠뻑 빨아들였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나는 과학 공부를 한 적도 없고 실험 같은 것은 더더욱 해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내가 엄청난 독서광이라는 건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얘기한 것처럼 새로운 것을 향한 호기심과 탐구욕을 그는 책을 통해 충족했다. 책을 읽을 때는 항상 연필을 들고 흥미로운 내용을 깨알같이 기록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과학기술과 거기에서 착안한 소설 내용을 꼼꼼하게 메모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을 전공한 그는 비전문가의 한계를 뛰어넘을 방대한 자료 조사와 성실한 메모 습관으로 과학의 전 분야를 넘나드는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다.

쥘 베른 소설에 실린 ‘대포 우주선’ 삽화.

쥘 베른 소설에 실린 ‘대포 우주선’ 삽화.

그의 신문 잡지 탐독과 ‘SF 노트’ 메모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는 습관이었다. 글을 쓸 때는 ‘SF 노트’의 내용을 앞뒤로 바꿔가며 과학 이론과 대비하고 실현 가능성을 따져봤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대포의 궤도를 그릴 때는 최신 탄도학 이론을 정교하게 활용했다. 2000권의 노트 덕분에 그의 묘사는 치밀하고 생생했다. 80여 편에 이르는 장편소설 모두가 그랬다. 그가 시대를 앞선 과학적 창의력과 문학적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한 대가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다른 작품인 <기구를 타고 5주일>(1863), <지구 속 여행>(1864), <해저 2만 리>(1869), <80일간의 세계 일주>(1873) 등에도 당시로선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지구 속과 심해 탐험 장면이 나온다. 1874년 작 <신비한 섬>에는 자원고갈 위기에 처한 지구의 차세대 에너지로 수소연료가 등장한다. 100년 후를 그린 1863년 작 <20세기의 파리>에서는 취업난을 겪는 인문학도 청년과 텔레비전, 에어컨, 유리 고층빌딩, 엘리베이터, 인터넷, 국제금융 시스템까지 그렸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앨빈 토플러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라고 했듯이 뛰어난 SF는 과학의 뿌리에 문학의 상상력을 결합한 나무다. 베른의 융합적 상상력은 현대 과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아폴로 프로젝트의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는 그의 <달나라 탐험>을 읽으며 우주여행을 꿈꿨다. 소련 항공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도 그의 책을 통해 ‘로켓의 아버지’가 됐다.

차세대 과학자들 역시 그의 우주적 상상력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우주에는 미래의 꿈이 있다. 아이들은 별을 보며 꿈을 키운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발밑만 보지 말고 눈을 들어 별을 보라”고 말했다.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키운 일론 머스크도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고 했다.

고두현 시인

고두현 시인

우주 경제는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27년 7700억달러(약 102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달에 묻혀 있는 ‘마법의 광물’(헬륨3)은 1g만 있어도 석탄 40t의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우주 개발 트렌드 역시 정부 위주의 ‘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 중심의 ‘뉴 스페이스’로 바뀌고 있다. 지난주 달에 도착한 미국의 ‘오디세우스’도 민간 기업이 발사한 최초의 달 착륙선이다. 160년 전 베른의 ‘달나라 행 대포’ 또한 3000만프랑을 들여 쏘아 올린 민간 우주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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