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백제사찰에 솟은 티베트 불교의 흔적…천봉산 대원사 [정용식의 내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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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전남 보성 대원사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 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100곳의 사찰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열네 번째 방문지는 전라남도 보성의 대원사입니다. 〈편집자 주〉
티베트 불교의 문화를 간직한 대원사

“오늘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언제나 나 자신을 가장 낮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귀한 존재로 여기게 하소서.”

(달라이 라마의 기도문 첫 머리글)

최근에 티베트 불교와 달라이 라마에 대한 궁금증이 발동했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비행기로 2시간여 거리 인도 북부 다람살리시(市)에는 1959년 티베트 난민들이 세운 망명정부가 있다.

히말라야 산맥 인근 티베트와 접경지역으로 1500~2000m의 고산지대다. 이곳에 티베트 불교의 수장이자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중국의 티베트 지배를 거부하고 독립을 위한 비폭력운동과 티베트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는 여섯 살때 14대 달라이 라마에 즉위했고 89세에 이르도록 비폭력과 친생명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파하며 지난 1989년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전라남도 보성군 문덕면 천봉산 자락에 터를 잡은 대원사는 한국에선 유일하게 티베트박물관과 티베트 불탑이 세워진 사찰이다. 티베트 불교를 더 알고자 최근 이 절을 찾았다. 기대 외로 김지장보살, 어린왕자 선문학관, 태아령 등 미처 알지 못했던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간직한 귀한 곳이었다.

대원사와 한국의 티베트 불교

주암호와 인접한 대원사로 향하는 길에는 죽산천 계곡 따라 왕벚나무들이 5.9km 가량 도열해 있다. 4월이면 벚꽃축제가 열리고 상춘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지금은 하천을 따라 조성된 데크길에도 행인 하나 없다. 앙상한 가지와 갈대밭의 스산한 바람소리만 들려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다.

벚꽃길을 따라가면 국내 최초로 건립된 군립미술관인 백민미술관과 서편제 고장의 상징이었던 조상현국악연구원이 있다. 늦은 시간이어서 넓은 미술관 주차장은 텅 비었고 국악연구원은 폐문한 지 오래된 듯했다.

수미광명탑, 티베트 불교의 양식대로 지어진 탑이다. 1층은 법당으로 조성돼 있다.

벚나무길 막다른 곳 대원사 주차장엔 ‘커피 한잔 5000원으로 인도와 티베트 여행을 즐겨요’, ‘백제고찰 대원사에서 지장보살을 만나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방문자들을 맞이한다. 그 앞에 이국적이고 거대한 하얀색 건물이 석양 빛을 받아 반짝인다. 티베트식 불탑인 수미광명탑이다. 라마교(티베트 불교)의 탑 축조 방식을 따랐다고 하여 라마탑이라고도 부른다. 국내 유일의 티베트식 불탑이다. 티베트와 네팔에서 보내온 가섭불(석가모니 이전에 출현한 칠불 중 6번째 부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2002년 한국을 찾은 티베트 사람들이 건립에 참여했다고 한다.

본존불인 약사여래는 석가모니의 후손들이 직접 조성했고 법당 내부에는 티베트의 왕궁 화가들이 그린 오방불 벽화와 만다라가 조성되어 있다. 라마탑 주변에는 불경 구절을 깨알같이 적은 오색 기도깃발 ‘타르초’가 바람에 펄럭이고 네팔에서 제작한 108개의 기도 바퀴(마니보륜)가 있다. 진언 만다라가 봉안되어 있다는 마니보륜을 하나씩 돌리면서 탑 둘레를 돌면 소망이 이뤄진다 해서 한 바퀴 돌아봤다.

수미광명탑 옆에는 티베트 사원 형식의 ‘티베트 불교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대원사 주지인 현장스님이 북인도를 여행하다 달라이 라마를 알현하고 티베트 불교와 인연을 맺으면서 티베트 정신문화와 예술 세계를 국내에 소개하고자 2001년 박물관을 열었다. 한국의 ‘작은 티베트’이자 현장스님이 여러 나라를 순례하면서 수집한 1000여점의 자료를 전시한 종교 전문 박물관이다.

대원사 티베트 박물관 전경
티베트 박물관 2층에 조성된 라마교의 전통 법당 모습

5000원 입장료를 받는 박물관은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구성됐다. 1층에는 ‘평화·비폭력·윤리·공생’의 달라이라마실이 있다. 박물관 개관 기념 달라이 라마의 축하서신과 티베트 법구, 부모불, 티베트인의 생필품과 민속품 등 여러 물품이 두루 전시됐다. 2층에는 라마교의 전통적인 법당이 만들어져 있고 석가모니 직계 후손들이 만든 불상, 만다라, 경전 등 티베트 불교의 상징물을 살펴볼 수 있다. 대원사와 인연이 있는 여러 큰스님들의 영정도 놓여 있다. 지하로 내려가봤다. ‘어서와, 저승은 처음이지’라고 적힌 초군문(初軍門)을 마주하니 걸음이 멈칫했다. 지하 전시실엔 불교에서 말하는 각종 지옥들이 조성돼 있고 망자의 시신을 독수리에게 내주는 티베트의 장례 문화인 천장(天葬) 자료와 죽음 체험실 같은 볼거리도 있다.

티베트 사람들은 죽은 후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설을 믿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들에 의해 죽은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는 까닭에 독특한 장례문화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티베트 박물관 지하 전시실 입구인 초군문
지난 2001년 티베트 박물관이 조성될 당시 달라이 라마가 대원사로 보내온 축하서신

티베트 불교와 달라이 라마

티베트 사람들은 자신의 국가를 관음의 정토(淨土)라 생각하고 통치자인 달라이 라마는 윤회사상에 근거해 의식이 다른 아이의 몸으로 환생한 관음(觀音)의 화신(化身)으로 생각한다. 고난을 겪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최고 구도자라는 인식이다.

몽골어로 ‘달라이’는 바다를 뜻하고 ‘라마’는 덕이 높은 스승을 지칭한다. 달라이 라마는 바다같이 넓고 큰 지혜를 가진 스승이며 교황과 비슷한 위상의 법왕(法王)이나 존자(尊者, 성자)라는 칭함을 받는다. 15세기 티베트 불교의 기초가 확립되며 초대 달라이 라마가 즉위했고 지금까지 14대까지 이어졌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 북인도, 몽골, 중국의 일부 지방에 퍼져 있고 13세기 원(元)나라는 국교로 삼기도 했다.

티베트 불교를 이끌고 있는 14대 달라이 라마 [123RF]

티베트 불교를 유럽인들은 라마교라고도 부르는데 주술을 중시하는 티베트의 고유 신앙인 본교(bon敎)를 배척하지 않고 혼합해 토착화된 것이다. 부처의 깨달음을 공개적으로 설파하고 일반적인 가르침으로 설명한 현교(顯敎)와 달리 라마교는 부처가 소수에게 은밀히 전수한 가르침을 진언(眞言, 범어 그대로 외우는 주문) 또는 만다라, 의례 등의 소재를 통해 드러낸 밀교(密敎)를 근본으로 한다. 밀교는 금강승(金剛乘) 또는 진언승(眞言乘)이라고도 한다.

티베트는 히말라야를 사이에 두고 인도와 인적 교류가 활발했고 왕가의 후원에 힙입어 불교 경전을 직역하는 작업도 충실히 진행했다. 13세기 무슬림 세력이 인도를 침략하자 인도의 승려 상당수가 경전을 가지고 티베트로 피신했다. 이로 인해 티베트 불교는 스스로 인도 불교의 학통과 법맥을 계승하였다고 자부하고 인도 불교의 마지막 계승자로 자평한다. 그래서 초기 불교 연구자들에겐 티베트 불교가 관심 영역이고 달라이 라마는 다른 불교 종파로부터도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대원사의 다채로운 이야깃거리

대원사의 대웅전인 ‘극락전’과 경내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인 대원사는 503년 아도화상이 봉황의 인도로 터를 잡았다고 하는 백제의 고찰이다. 하늘의 봉황이 깃든 성스러운 땅이라는 의미에서 천봉산(天鳳山)이란 이름도 그리 정해진 듯하다. 풍수설의 시각으로 대원사는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곳이라 하고 대원사로 이어지는 벚꽃길은 탯줄에 비유된다. 그래서 이 절은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숨진 어린 영령(태아령)을 위로하는 지장기도 도량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절에 지어진 산신각은 통상 단군산신을 모시는 건물인데, 대원사는 단군왕검 어머니 웅녀황비를 모신다. 이름도 ‘성모각’이라고 별칭이 붙어 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대가람의 면모를 갖추었으나 1948년 민족의 비극인 여순사건으로 극락전만 남기고 모두 소실되어 1990년 복원했다. 대원사는 이처럼 이야깃거리가 많다.

절 마당 한켠에 세워진 태안지장보살상. 세상 빛을 보지 못한 낙태아의 영혼을 구제하는 보살로, 주변에 작은 동자승 석상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대원사 성모각. 단군의 어머니인 웅녀를 기리는 건물이다.

일주문 옆에는 단군왕검 눈(眼) 모양의 조그만 연못을 만들어 ‘아사달 영지’라 부르고 그 둘레엔 솟대를 세워 솟대공원을 만들었다. 올라가는 길목 나무에도 시주한 불자들의 이름과 좋은 글귀들을 매달아 놓는 등, 절을 아기자기하게 정원처럼 꾸며놓았다.

사천왕루로 입장할 때 입구에 달린 쇠북을 치라고 하여 쳤는데 소리가 어찌나 경쾌한지 주위 눈치가 보일 정도였다. 목어 아래 하얀 고무신에 ‘코로나여 가라’는 문구를 써서 매달아뒀다. 2층에는 출가하여 지장이라는 법호를 받은 신라 성덕왕 아들 김교각을 기념하는 ‘김지장 성보박물관’이 있다. 김교각은 당나라에서 승려로 활동하며 ‘육신보살’(살아있는 그대로 보살이 된 사람, 덕이 높은 승려를 이름)에 올랐다고 한다. 박물관 앞에 김교각 스님이 과거 중국 구화산에서 수행했던 고배경대(김지장보살의 발자국과 연화대)를 옮겨 놓았다.

주불전인 극락전에 들어가는 입구 연지문에는 머리로 치는 목탁이 달려 있다. 두 손으로 목탁을 잡고 이마를 세 번 치며 ‘나쁜 기억 사라져라. 나의 지혜 밝아져라. 나의 원수 잘 되거라’라고 염불을 외고 들어가야 한다.

대원사 연지문. 머리로 치는 목탁이 걸려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주지스님은 출타 중이라 만나지 못했다. 대신 템플스테이 운영을 담당하는 재정스님이 성심껏 사찰을 안내해주었다. 대원사에는 연못이 7개나 있어서 여름에는 수생식물과 연꽃으로 절이 아름답게 물들고 극락전 내부의 관음보살 벽화와 달마대사 벽화, 명부전의 지장보살도 및 시왕도 등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정스님은 인도에서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고 달라이 라마도 알현했다고 한다.

극락전 앞마당에는 낙태아의 영혼을 구제하는 보살인 태안지장보살상이 도열해 있다. 주변에는 여러 동자승 석상들이 세워졌는데 하나같이 머리에 빨간색 비니 모자를 쓰고 있어 애처롭게 보였다. 지장보살은 지옥문을 지키고 있으면서 죽은 뒤의 지옥에 떨어지는 고통을 구제해 천상이나 극락으로 인도하는 보살이란다.

극락전 뒤로 돌아가니 고려 때 이 절을 크게 일으킨 자진국사(慈眞國師) 부도와 아도영각(대원사를 창건한 아도화상을 기리는 곳), 이순신 장군의 복통을 치료했다는 장군샘물, 기우제를 지냈다는 용샘 등이 녹차밭과 연접해 나타난다. 대원사는 보성 녹차를 처음 재배한 곳으로 알려졌다. 차밭 초입에 ‘보성 녹차 시배지’라는 표지판과 ‘국가중요 농업유산 350년 고차수’(오래된 차나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산길을 오르면 ‘김지장전’이란 건물과 ‘황희영각’이 있다. 황희영각은 영의정을 지낸 황희 선생과 그의 넷째 아들이 그 당시 정부에 의해 탄압받던 대원사를 보호해준 공을 기리는 건물이다.

절 뒤편에 펼쳐진 녹차밭

숲길을 더 올라가면 죽음(잠)을 권하는 정자인 ‘수관정’과 ‘성모각’이 나온다. 대원사를 나와 티베트 박물관 우측으로 올라가니 ‘어린왕자 선문학관’이 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 프로그램으로 ‘티베트불교의 수행단계와 어린왕자의 구도여행’이라는 참선 수행을 운영하는 듯했다.

‘가장 좋은 절은 친절, 가장 나쁜 절은 불친절.’ 일주문 지나 들어가는 길목에 심은 나무마다 좋은 글귀들이 걸려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마디다. 대원사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친절했다. 또 여느 사찰과는 다른 흥미로운 요소들이 가득하다. 찬찬히 둘러볼 것도 많고 경이롭기도 하고 한편으론 숙연해지는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절이다.

대원사를 나와 벚꽃길 끝자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보성강은 석양을 받아 빛나고 왼쪽의 주암호가 시원한 풍광을 자랑한다. 거기엔 서울에 있는 독립문 모형도 있다.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독립문을 건립한 서재필 선생을 기념하는 기념관이다. 서재필 선생의 생가(외가)가 기념관에서 1.6km 거리에 있으니 잠시 들러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보성 출신 항일 독립운동 열사들의 충혼탑이 석양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글·사진 = ㈜헤럴드 정용식 상무

정리 =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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