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화 0원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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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엄마, 잠깐만 기다려봐요.”

머리를 말리고 있던 나를 발견한 할머니는 락커에서 작은 봉투를 꺼내와 건네셨다.

“별 거 아니에요, 아이들이 좋아할지 모르겠네. 내가 손주만 있어서 딸들은 뭐 좋아하는지 몰라 물어보고 사긴 했는데.”

“어머… 저희 주려고 사신 거예요? 정말 감사해요.”

“젊은 엄마가 나보면 항상 인사도 잘해주고 싹싹하니 예뻐서…”

봉투 안에는 행복이, 사랑이좋아하는 인형 사탕과 과자들이 듬뿍 담겨 있었다.

“우와… 저희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예요, 감사해요. 저희가 언제 올 줄 아시고..”

“언제든 만나면 주려고 했죠. 무겁지 않으니.”

친정 부모님 댁 옆 아파트에 살며 육아부터 살림까지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을 받으며 워킹맘 생활을 이어오던 중, 연고하나 없는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든 자리를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라고 엄마에게서 비로소 떨어져 보니 그동안 얼마나 수월하고 편한 생활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일하는 딸 조금이라도 쉬게 하려고 아이들 반찬에 사위와 딸 식사에 살림까지 다 해주신 엄마 덕분에 결혼 9년 차에 처음으로 생닭을 만지고 생선을 구웠다. 뿌듯한 마음에 엄마, 아빠, 동생이 있는 가족단톡방에 사진을 보내니 엄마한테 답장이 왔다.

“엄마 옆에 없어도 잘해 먹네, 잘하고 있어.”

보고 싶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한꺼번에 올라와 아이들 앞에서 꺼이꺼이 울었다. 행복이, 사랑이는 영문도 모른 채 엄마를 따라 울던 밤이 지났다.

매일 최고 기온을 갱신하며 기록적인 폭염으로 에어컨 설치까지는 무려 2주가 더 남아 있던 그 해 여름은, 낯설고 모든 게 생경한 동네에서의 적응을 더디게 해 주며, 친정부모님 옆에서 호의호식을 누리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만 커져갔다. 놀이터에 놀거나 아이들이 기관이라도 다니면 오다가다 동네 엄마들이라도 알게 될 텐데 집 근처 유치원들은 티오가 없어 한 달 넘게 가정보육 중이라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내게, 이 동네가 좋아지기 시작한 건 목욕탕 할머니를 만나고부터였다. 햇살같이 따스했던 할머니와의 첫 만남… 아파트 목욕탕에서 오며 가며 마주치는 할머니와 눈인사를 나누며 만나면 안부를 묻는 사이로, 한동안 못 보면 서로의 안녕이 궁금한 사이가 되었다. 엄마의 도움만 받다가 이사와 엄마가 더 그립고 보고 싶다는 내게 할머니는 그런 좋은 친정 엄마 있는 건 복이라며, 조금만 지나면 좋은 이웃들 알게 되어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거라 하셨고, 밀어도 제가 밀어드려야 한다는 내게 아직까지는 괜찮다며 내 등 구석구석을 시원하게 밀어주시며 많이 먹으라고, 내가 할머니의 등을 밀어드린다고 하면 한사코 거절하시며 친구분들과 품앗이하시는, 어깨와 등이 결린다는 할머니께 스트레칭 자세를 알려드리니 집에 가서 바로 하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으시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정말 예뻐 생각난다는 혼혼한 말씀에 가슴 벅찬 감동을 주시는, 외국에 있는 손주가 몇 년 만에 한국에 온다며 설렘 가득한 할머니의 봄날 같은 미소를 나누며,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아빠, 아는 사람이야?”

“아니.”

“그런데 왜 인사했어?”

OO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쉽고 돈도 안 드는 방법이 뭔지 알아?
인사야. 밝게 인사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거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컵라면을 먹기 위해 아빠와 나선 등산길에서 하산하는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는 아빠에게 물었다. 20년도 지난 일이지만 또렷이 기억나는, 몇 안 되는 추억 속 장면이다. 가게에 들어가거나 우체부 아저씨, 경비 아저씨, 청소 아주머니를 뵐 때는 물론이거니와 산에서든 엘리베이터에서든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도 아빠는 인사를 하셨다. 

“사람들 많은데 가면 어떻게 인사해? 요가 등록했는데 너무 어색해서… 너 생각났어. 나도 너처럼 인사 잘하고 싶어.”

아빠의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온 나도 어느새 ‘인사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네는 행위는 어떤 생각이나 수고를 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 너무나 당연하고 자동 반사적인 반응이었기에 어릴 때부터 함께 한 친구의 물음에, 인사를 하는 행위에 ‘잘’ 하는 게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렇겠다 싶었다. 마음은 하고 싶어도 선뜻 먼저 인사를 건네는 데에는 소정의 용기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주는 기쁨과 받는 기쁨 중 어느 것이 더 강한 행복감을 안겨줄까?”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자 에드 오브라이언(Ed O’Brien)과 노스웨스턴대 심리학자 사만타 캐서러(Samantha Kassirer)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실험 결과를 미 심리과학협회 저널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소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반복해서 다른 사람에게 같은 선물을 주는 사람은 같은 선물을 반복해서 받는 사람에 비해 행복감이 줄어들지 않거나 훨씬 더디게 줄어들었다. 행복감을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통설과는 다른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기부를 하는 경우에는 횟수를 거듭해도 계속해서 신선하고 즐거운 느낌을 갖게 된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똑같은 사람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하는 기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기부도 당연히 그렇지만 인사도 선하고 좋은 마음이 담긴 행위이다. 기부는 그 행위에 돈이 들지만 인사는 돈도 들지 않으며, 주는 나와 받는 상대에게까지 기쁨을 선사할 수 있다. 그러니 나의 기쁨을 위해서라도 밝게 인사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인사에서 나아가 고마운 마음, 감사한 마음, 좋아하는 마음, 애정하는 마음… 그냥 이런 좋은 마음들은 아낌없이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출처: 픽사베이, 한겨레 곽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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