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조종엽]“이른바 파우치, 외국회사 그 뭐 쪼만한 백”|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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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그 뭐 쪼만한 백이죠”, “방문자가 김건희 여사를 만나서 앞에 놓고 가는 영상이…”. KBS 박장범 앵커가 7일 방영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특별대담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물으며 한 말이다. 자막은 “최근 김건희 여사의 ‘파우치 논란’”이라고 달렸다. 이를 놓고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는 ‘명품 백을 왜 명품 백이라고 일컫지 못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먼저 ‘조그만’을 뜻하는 “쪼만한”.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의 크기는 작은 것일까 큰 것일까. 한 손으로 잡을 만한 크기이지만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한데도 진행자가 굳이 질문에서 가방이 작다고 강조할 이유가 있는지…. 원래 엄밀함을 요구하는 보도에선 다수가 상식 선에서 납득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크다’ ‘작다’ 같은 형용사엔 ‘…보다’를 붙여 다른 대상과 비교하는 것이 원칙에 맞다. 적어도 ‘비교적’ 등으로 수식해 절대적이지 않음을 드러낸다. 객관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가방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제품이라는 건 빼놓은 채 그냥 ‘외국 회사’라고 한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디올’은 값싼 물건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중요 팩트다. 정식 제품명은 ‘송아지가죽 여성 디올 파우치’. 파우치는 작은 물건들이 가방 안에서 섞이지 않게 넣어두는 별도의 주머니를 가리킨다. 하지만 모양도 그렇고, 아직 ‘백’만큼 뿌리깊게 정착되진 않은 외래어여서 그냥 가방이나 백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을 보도한 외신의 경우 로이터통신은 ‘디올 백 스캔들’이라고 썼고, 블룸버그도 ‘디올 백’,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200달러짜리 디올 핸드백’, 뉴욕타임스는 ‘영부인과 디올 파우치’라고 했다.

▷‘방문자가 앞에 놓고 갔다’는 것도 알쏭달쏭한 표현이다. 그래서 김 여사가 가방을 받았다는 건가, 안 받았다는 건가? 다수 국민은 김 여사가 악의적 공작에 당했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가방을 받은 건 대통령 배우자로서 옳지 않은 처신이라고 생각한다. 주어를 방문자가 아니라 김 여사에 두고 사건의 실체를 궁금해하는 이유다. ‘명품 백(가방) 수수 논란’이라고 이미 통용되는 용어가 있는데, 대통령에게 표현을 바꿔 질문할 이유가 있나.

▷‘대담 프로그램의 진행은 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방송 심의 규정이다. 만약의 경우를 가정해서 출연자가 ‘방문자가 외국 회사의 작은 파우치를 놓고 갔다’고 말을 했더라도, 진행자가 ‘김 여사가 디올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논란’이라고 첨언해 보완하는 게 옳다. 한데 이번 대담에선 진행자가 먼저 무딘 질문을 던졌고, KBS가 당사자 대신 변명해 준 꼴밖에 안 됐다. 많은 국민이 공영방송에 바라는 건 이런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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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 논설위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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