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분쟁조정 기준안을 내놓으면서, 은행들의 배상 규모와 시기가 주목된다. 2021년 초 12271.60까지 올랐던 홍콩H지수가 지난달 말 수준(5678)을 유지할 경우 올해 하반기까지 전체 예상 손실액은 5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은행별 평균 배상비율이 30~40% 정도로 추정되면서 총 배상금은 최대 2조 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홍콩 ELS 손실 배상 분쟁조정안’에서 은행권 기본배상비율(가중치 포함)을 23~50%로 제시했다. 판매분 전체에 대해 적합성원칙,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고 봤다.

배상 비율은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별 특성을 고려한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먼저 판매사 요인은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무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와 판매정책 및 소비자보호 관리체계 부실 등에 따라 23~50%가 적용된다. 투자자 요인은 판매사의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보호 소홀, 투자자의 과거 ELS 투자경험 및 금융상품 이해도 등을 따져 45%포인트를 가감한다. 

아울러 가산차감 항목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안이나 일반화하기 곤란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기타 조정 요인을 추가로 반영해 10%포인트를 가감할 수 있다. 

이번 기준안은 배상 비율의 상·하한을 두지 않고, 투자자들의 개별 상황을 고려해 차등 배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현 단계의 데이터를 보면 다수 사례의 배상 비율이 20~60%에 분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말 기준 금융권 ELS(ELT 포함) 판매 잔액은 18조 8000억 원으로, 은행 판매 잔액만 15조 4000억 원이며 이 중 14조 4000억 원어치가 개인 고객에게 판매됐다. 

올해 만기 도래액은 15조 1000억 원으로, H지수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총 손실액은 5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각 은행별 홍콩H지수 기초 ELS 만기 도래 규모는 KB국민은행 4조 7447억 원, 신한은행 1조 3329억 원, 하나은행 7380억 원, 우리은행 249억 원 등이다. 

투자자 손실률 50%, 손실 배상비율 40%로 가정한다면 은행별 상반기 예상 배상액은 KB국민은행 약 1조 원, 신한은행 약 3000억 원, 하나은행 1500억 원, 우리은행 50억 원 수준 등이다. 

다만, 실제 배상 규모는 각 사별 구체적인 배상안과 ELS 투자자의 수용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으로 현재로서는 예측이 쉽지 않다.

금감원은 오는 4월 대표적인 불완전판매 사례를 중심으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분쟁조정 절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분조위의 조정결정과 당사자 수락 후 ‘조정 성립’까지는 통상 2~3개월이 걸려, 이를 통한 실제 배상은 이르면 6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자율배상 여부도 ‘현업부서 검토→법무법인 법적 검토→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은행들이 배상에 들어가는 비용만큼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줄인다면 올해 실적은 크게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은 지난 2023년 연간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3조 1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손실 배상의 상당 부분은 충당금 적립 감소로 상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후 구체화될 배상안과 예상 규모를 봐야 하겠지만, ELS 손실 배상은 일회성 요인인 만큼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