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맥락 읽는 AI, 맥락 없는 사회”-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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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오늘 거시기 한다더니 거시기했어?

B : 거시기 했지 근데 그게 좀 거시기 하더라고.

어르신들의 이런 대화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대화가 가능한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나 저분들은 아무 문제 없이 의사소통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맥락(context)’ 덕분이다.

맥락이란 어떤 사건, 정보, 또는 경험이 일어나는 배경이나 환경을 말한다. 맥락은 의사소통에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맥락을 통해 사용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명확해지고, 때로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정보나 뉘앙스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예처럼 부부나 친구, 가족 등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에서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공유된 경험, 상호 이해, 그리고 사전에 알고 있는 정보, 지금의 상황 등이 맥락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하는 ‘행간을 읽어라.’, ‘의중을 파악하라.’, ‘문맥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라고 하는 말들이 바로 맥락을 이르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은 인간의 기억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인간은 컴퓨터와는 달리 맥락 속 여러 단서를 사용해 필요한 정보를 기억 속에서 인출 한다. 당신이 좋아했던 가수의 데뷔 연도를 정확히 기억한다면, 대개 당시 갖고 있는 추억의 맥락을 통해 기억 해낼 것이다. 예컨대 “서태지 데뷔 때 내가 고3 수험생이었으니 92년도에 데뷔했겠네”와 같은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의식을 구성하는 기억에도 맥락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맥락을 읽는다는 것이다. AI는 맥락을 이해함으로써 사용자의 발언 뒤에 숨은 의도, 감정, 그리고 상황적 뉘앙스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적절하고 세심한 응답을 제공한다. 다음은 AI 챗봇과의 실제 대화 내용이다.

질문 : 나 지금 엄마한테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냐고 물어봤더니 대답을 잘 안해줘. 너가 말해 줄 수 있어?

답 :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에 대한 질문은 매우 자연스러운 궁금증이에요. … (중략)….이 설명은 매우 기본적인 것이며, 부모님 또는 선생님과 같은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더 자세한 설명을 해줄 수 있어요.

AI는 필자를 어린이로 인식하고 눈높이에 맞춰 친절한 말투로 답변해 주고 있다. 질문 속에서 맥락을 파악하고 답을 해준 것이다. 이렇게 맥락을 파악한 AI는 좀 더 인간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AI마저도 맥락을 잘 읽으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요즘 맥락을 무시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단편적인 사실만을 보고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누군가를 쉽게 비난하거나 자신의 거짓말을 숨기고자 맥락을 차단하고 글자 그대로만 해석하라며 기만하기도 한다. 많은 가짜뉴스들이 맥락을 누락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맥락이 빠진 팩트는 팩트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의 부재는 사람들 간의 신뢰를 깨뜨린다. 사회가 원활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맥락의 이해와 공감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해는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고 보다 따뜻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다고, 어머니의 짜장면까지 기꺼이 드시지는 말자는 얘기다.

나정희 중앙대 광고홍보학 박사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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