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美 세대 갈등 부추기는 ‘눈송이 세대’ 프레임|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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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Z세대’ 해당 미 청년 세대

한심한 존재로 비하하며 쓰는 속어

“노년층 표 얻으려 정치권서 이용”

◇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해나 주얼 지음·이지원 옮김/384쪽·2만2000원·뿌리와이파리

‘눈송이(Snowflake).’

사전에서 이 단어는 하얗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눈송이를 뜻한다. 하지만 최근 영미권에서 이 단어는 요즘 청년들을 나약하고 예민한 한심한 존재로 업신여길 때 쓰이는 속어다. 회사나 학교에서 불평만 터뜨리는 젊은 세대가 눈송이처럼 연약하고 쉽게 바스러진다는 뜻이다. 특히 눈송이는 2010년 이후로 성인이 된 이들을 지칭한다. 한국으로 치면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Z세대에 가깝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비디오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눈송이 세대가 이전 세대와 다른 건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눈송이 세대는 부당한 업무에 항의하고, 자신의 임금에 대해 불평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더 나은 처우를 요구하기도 한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표를 던진다. 이전 세대는 눈송이 세대와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눈송이 세대가 국가를 망친다는 주장은 잘못된 공포라고 진단한다. 눈송이 세대는 많은 시간을 쏟아 부으며 공부하고 취업을 준비했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나쁜 일자리로 밀려났을 때 잃을 게 더 많아졌다. 저자는 이전 세대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등을 거치며 강인하게 살아온 건 인정하지만 강인함은 본받을 것이 아니라 도리어 슬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눈송이란 단어가 유행한 시점을 2016년 이후로 추정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 단어가 퍼졌다는 것이다. 눈송이는 처음엔 성소수자, 여성을 비판하는 단어로 쓰이다가 정치권에서 세대를 갈라 치며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영미권에서 정치인들이 노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젊은 세대를 나약함의 대명사로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물론 눈송이 세대를 만든 건 극우 정치인뿐이 아니다. 이미 기득권이 된 진보 엘리트주의자도 요즘 세대를 나약한 이로 치부하는 ‘꼰대’가 됐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어느 나라든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이전 세대와 이에 반발하는 젊은 세대의 갈등이 있는 걸까. 신간을 읽으며 한국에서 벌어지는 MZ세대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비난하기 급급한 것이 아닌지 돌아본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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