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띄우기 때문에 가격이 왜곡된다?…‘증거없다’ [박일한의 住土피아]”-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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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허위신고와 시장왜곡 간의 관계’ 국내 첫 연구
“해제 계약이 일반 계약 영향 미쳤다는 증거 없어”
집값 급등기 부동산 허위신고 단속 ‘비효율적’

“주택 시세 조작을 주도하는 작전 세력을 수개월간의 기획조사 끝에 적발했다. 집값 작전 세력을 근절하지 않으면 가격 정보 왜곡으로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2023년 8월11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주택 계약 후) 취소(해지)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으나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최대한 엄중 조치할 것이다.”(2021년 2월24일,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집값 급등기면 역대 정부마다 꼭 문제를 삼는 게 있다. ‘부동산 허위·부실 신고’다. 주택에 대한 수요-공급 등 정상적인 시장 상황 보단 투기세력에 의한 ‘실거래가 띄우기’ 목적의 불법행위로 시장이 교란됐다는 판단이다.

멀게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주택거래신고제’가 도입돼 부동산매매계약 내용을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한 것이나, 2006년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당시 심각하다고 여긴 ‘업계약서’, ‘다운계약서’ 등 허위신고를 막자는 취지였다.

‘부동산 허위 신고’ 문제가 다시 부각된 건 문재인 정부 이후다. 부동산 계약 후 실거래가격이 정부의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에 공표된 후, 포털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는 점을 활용해 ‘실거래가 띄우기’가 만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계약을 하더라도 최종 권리변동을 수반한 잔금 지급시점까지 한두달 시간이 확보되므로, 잔금 지급시점 이전에 계약을 해제하면 실거래 없이 높은 가격에 실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만들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내 상가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가 실거래 단속 시기 문을 닫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집값 대책에 대대적인 실거래가 분석과 허위계약 단속활동이 포함됐던 건 이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판단으로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마다 수시로 허위신고 단속활동을 벌였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으로 해온 ‘부동산 허위 신고’ 단속 활동이 사실상 별 효과적인 정책이나 의미 있는 정책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한국부동산연구원이 지난 23일 ‘제11회 부동산연구 우수논문상 시상식’에서 상을 준 ‘부동산 허위신고와 시장왜곡 간의 관계’(이성원 국립강릉원주대학교 부교수, 김천일 강남대학교 조교수, 지규현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논문이 그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논문에서 “부동산가격 급등기 부동산 안정화 대책엔 허위신고에 대한 단속 강화가 매번 발표되고 있지만 허위신고가 시장가격을 교란한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결론지었다.

이들은 집값 상승기였던 2020년 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논문작성시기 계약 ‘해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기간) 23개월간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실거래 전수 조사를 통해, 매매 계약 후 이를 해재한 ‘해제거래’와 일반적인 거래(‘비해제거래’, 혹은 ‘일반거래’)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실거래가 띄우기’로 이익을 보려면 허위로 높은 가격에 계약을 한 후, 이를 해제하고 제3자를 끌어들여 기존에 형성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파는 경우가 유일하기 때문에 해제거래외 일반거래를 비교하는 방법을 택했다.

연구자들은 해제거래가 주택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증명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연구대상 기간 동안 서울에서 계약이 해제된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와 일반 아파트 매매 실거래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제거래 가격이 일반 거래보다 높아야 실거래가 띄우기가 성립하지만, 시기별, 지역별로 세부적으로 따져도 별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론 해제계약이 일반계약보다 높게 거래돼 일반거래에 영향을 미쳤다고 의심할 만한 시기도 있었던 건 사실이다. 예컨대 2020년 4분기 해제계약은 일반계약에 비해 평균값 기준 ㎡당 9만7000원, 중위값 기준으로도 2만5000원 높았다. 이 시점에서라면 정부에서 발표한 실거래가 띄우기 정황이 의심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당시 서울시 매매가격 변동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해제계약이 일반계약에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자들은 “허위신고 효과가 단기적으로 존재한다고 해도 주택시장에 미치는 기간은 매우 짧았고, 다시 원래 흐름으로 복원됐다”고 정리했다.

‘부동산 허위신고와 시장왜곡 간의 관계’ 논문 첫 페이지.

지역별 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다. 집값 상승기 파급효과의 진원지로 언급되는 동남권(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에서 해제계약 아파트의 평균가격은 ㎡당 5만5000원 정도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지만, 구별로 따지면 이야기가 달랐다.

평균가격이 가장 높은 강남구와 서초구에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고, 송파구에서만 유일하게 ㎡당 5만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송파구도 중위가격 기준으로 따질 경우 해제계약 물건이 일반계약 물건보다 오히려 ㎡당 2만원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계약이 해제계약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 셈이니 집값 띄우기 해제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연구자들은 이런 방법으로 아파트 면적별, 층별 기준으로도 해제계약이 일반계약에 비해 비싸게 거래됐는지 분석했지만 역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해제계약이 시장가격을 상승시켜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행위라기보다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저평가 시장에서 기존 거래 해제를 통해 집주인의 이익을 지키려는 행위가 더 일반적”이라고 평가했다.

집주인이 집값이 단기간 많이 오르자 위약금을 물고라도 더 비싸게 팔기 위해 계약을 해지한 경우가 훨씬 더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실거래가가 공표되고 일반인의 정보 접근이 용이한 현재의 제도 하에서 제3자의 개입없이 매도인과 매수인 쌍방만의 거래를 ‘다운계약’이나 ‘업계약’으로 허위 기재할 유인은 매우 낮으며, 아주 적은 일부 불법 행위가 시장가격을 왜곡했을 개연성이 적다”고 강조했다.

이런 연구결과는 2021년 7월 정부가 발표한 기획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정부는 2020년2월부터 12월까지 71만여건 거래 중 자전거래를 포함한 허위신고 의심 사례를 단 12건만 발견했다. 정부는 이후에도 추가 적발을 예고했으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허위계약에 대한 조사나 단속은 세무조사 수준의 분석이 필요한 만큼 정책비용을 감안해 보면 비효율적인 정책”이라면서 “허위신고 점검을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의 수단으로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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