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세 정산 논란 3년… “판매량 쉬쉬, 바뀐 게 없다”|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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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불투명한 정산 비판에

‘저자 판매량 확인’ 체계 만들었지만, 판매량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해

작가가 출판사 차려 개선 나서기도

“공공기관이 판매데이터 집계해야”

“얼마 전 내 작품이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는데 출판사 판매량 시스템에는 그게 반영이 안 돼 있었다.”

10권 이상 책을 펴낸 중견 작가 A 씨는 “한참 지나서야 시스템의 숫자가 바뀌는 걸 보고 출판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21년 출판계의 불투명한 인세 정산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은 그대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쇄량이 아닌 판매량만 알 수 있는 데다 이마저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인된 공공기관이 아닌 출판사나 서점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통계라는 점도 한계다. A 씨는 “인세 논란이 불거진 뒤 대형 출판사들과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관련 시스템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믿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2021년 공상과학(SF) 출판사 아작은 장강명 등 작가들의 인세를 누락한 사실이 밝혀져 사과했다. 임홍택 작가는 출판사 웨일북으로부터 전달받은 ‘90년생이 온다’의 종이책 판매부수를 검토하다 발행부수보다 10만 부가 적다는 사실을 발견해 뒤늦게 인세 1억5000만 원을 받아냈다. 논란이 커지자 출협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각각 도서판매정보공유시스템과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만들어 저자가 판매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출판사인 문학동네와 창비도 인세 정보를 저자들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내놓았다. 하지만 작가들은 여전히 “바뀐 게 없다”는 반응이다. 책마다 고유 번호가 없어 출판사가 판매부수를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는 것. 한 작가는 “담당 편집자조차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모를 정도로 출판사 내부에서도 판매량을 쉬쉬한다”며 “하물며 작가가 정확한 판매량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판매량 집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인쇄부수가 아닌 판매부수를 기준으로 인세를 정산하는데, 반품된 물량을 반영하다 보니 인쇄 후 길게는 수개월이 지나서야 판매량을 알 수 있다는 것. 다른 작가는 “출판사가 인세를 뒤늦게 지급한 걸 나중에 알았지만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인세를 언급하는 작가를 속물로 보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작가들 스스로 시스템 개선에 나서고 있다. 임홍택 작가는 지난해 11월 출판사 ‘도서출판11%’를 세웠다. 이곳은 출판계 관행과 달리 판매부수가 아닌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인세를 지급한다. 임 작가는 “책이 반품되면 출판사가 책임지고 비용으로 처리하고 저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이 책을 온라인 출판 플랫폼에 독점 공급하기도 한다. 한국추리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은 2022년부터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에만 작품을 올려 수익을 얻고 있다. 김재희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은 “‘윌라’ 종합 순위에 오르면 수익이 수천만 원에 달해 굳이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출판계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처럼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이 판매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집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출협 도서판매정보공유시스템에는 1290개, 문체부 출판전산망에는 2791개 출판사가 각각 참여하고 있다. 이는 문체부에 등록된 전체 출판사(8만2588개)의 각각 1.6%, 3.4%에 불과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출협이나 개별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인세 시스템은 작가들이 신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 주도의 통합전산망 가입 출판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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