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군도’의 존속살해와 상속결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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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부터 일제 강점기 시작까지 약 200년간 탐관오리들의 착취와 횡포에 시달리던 백성의 편에 섰던 지리산 추설이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 ‘군도’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삼남지방에 근거를 두고 활동했던 지리산 추설을 소재로 한 액션 활극입니다.

‘군도’는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태어나 타고난 운명을 부의 축적을 통해 바꾸려다 괴물이 되어가는 백성의 적 조윤(강동원 분)과 천민보다 더 낮은 신분인 쇠백정으로 태어나 억울한 세상을 바꾸려 인생을 거는 지리산 추설의 일원이 된 쌍칼 도치(하정우 분)의 대립구도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기생을 어머니로 둔 조윤은 나주 대부호인 조윤숙(이영창 분)으로부터 가문를 물려받기 위해서 온갖 만행을 저지릅니다. 심지어 친부를 살해하기까지 합니다. 조윤의 이러한 행위는 무슨 죄에 해당할까요? 아버지를 살해한 서자 조윤은 부친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을까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경우 보통살인죄보다 더 중하게 처벌되는 존속살해죄가 성립합니다. 더 중하게 처벌하는 이유는 비속의 패륜성에 있습니다. 하지만 존속이 비속을 살해하는 경우 비속살해죄로 중하게 처벌하는 형법 규정은 없습니다.

조윤이 자신의 아버지 조윤숙을 살해한 경우는 조윤이 서자라고 하더라도 조윤숙이 조윤의 친부이기 때문에 존속살해죄가 성립합니다. 반면에 서자인 조윤이 아버지의 정부인을 살해한다면 보통살인죄에 해당할 뿐 존속살해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적모와 서자 사이에는 법률상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윤이 서자라 하더라도 아버지가 사망하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으나, 조윤이 아버지를 살해했으므로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습니다.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는 상속인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거칠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이 다 거친 것이 인생이나, 거칠 것 없이 살아간다면 거칠 것이 없는 것이 또한 인생이 아닌가 합니다. 타고난 운명을 바꾸려고 자신의 생을 걸면서 거칠 것 없이 살아가려고 했던 군도(群盜) 지리산 추설에 경의를 표합니다.

백성의 적이 된 조윤은 무기를 들고 대드는 농민들에게 ‘타고난 운명을 바꾸려 생을 걸어본 자 있으면 나서거라! 그런 자가 있다며 내 기꺼이 그 칼을 받으리라’는 말로 괴물이 돼버린 자신을 합리화시키려고 하지만, 기본을 망각한 발언입니다.


조윤은 법을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부를 축적합니다.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자신이 만든 법의 그늘에 있으면 모든 것이 합법이고 힘없고 무식하면 불법일까요? 법이 합법을 가장해 불법의 도구로 사용될 때 발휘되는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음은 조윤이 농민들의 땅을 빼앗는 과정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군도’는 무협 영화와 서부 영화를 접목시킨 시대극 오락영화임에도 약간은 어색하게 군데군데 내레이션이 삽입돼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사용하는 내레이션을 통해 역사가 현상만 바뀐 채 본질은 현재에도 별반 차이 없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작품 속 배경은 자연재해, 기근, 관의 횡포가 심했던 조선 후기 철종 13년인데 영화를 보면서 현재 우리 대한민국을 떠올리는 것이 단지 저만은 아니겠지요.

자문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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