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분위기 고조…내일 전공의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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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일찌감치 엄정 대응 방침을 정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가동하며 대응에 나선 가운데, 의료계는 설 연휴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휴업 등 집단행동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일반 개원의들뿐 아니라, 대형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집단휴업이나 연가투쟁, 집단 사직서 제출 같은 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 현장의 차질이 불가피해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내일 전공의 임시대의원 총회…의협, 비대위 발족하고 ‘파업 체제’

11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집단행동을 준비할 계획이다.

의협은 설 연휴 전인 지난 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 방침을 정하면서 “정부가 싫증 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격한 표현으로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조만간 비대위원장이 선출되고 비대위 체제가 되면 집단행동의 방식과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의협이 ‘총파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만큼, 집단행동의 방식은 병원의 문을 닫는 ‘집단 휴진’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협이 동네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 중심의 단체인 데다, 과거 사례를 보면 참여율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 커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큰 혼란이 우려되는 것은 대형 의료기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다.

전공의 집단행동은 2020년 의대 증원 추진을 무산시켰을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당시 의협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10%가 채 되지 않았지만, 전공의들은 80% 이상이 의료현장을 이탈해 ‘의료 공백’이 컸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그동안 입장 표명에 소극적이었지만, 정부가 ‘2천명’이라는 증원 규모를 내놓은 뒤에는 “해도 너무 지나친 숫자다.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7일 박단 회장 SNS)라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집단행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전협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미 ‘빅5′(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은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설문조사 시기나 방식, 구체적인 설문 문구, 대상자 중 얼마나 참가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 정부, ‘집단행동·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면허 박탈 사례 나올 것”

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복지부는 일찌감치 ‘법에 따른 엄정 대응’이라는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실무적인 준비까지 마쳤다.

복지부는 증원 규모를 발표하기 전 이미 파업 돌입 즉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실무적으로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전공의 개개인에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1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는 비상진료 대책과 불법 행동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복지부는 6일 의대 증원 규모 발표 후 의협이 집단행동 방침을 밝히자 곧바로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하고, 중수본을 설치한 뒤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명했다.

다음날인 7일에는 전공의를 교육하는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도 명령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기 전 집단으로 사직서를 낼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못 하도록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다.

복지부가 발표한 2가지 명령은 ‘의료법 59조’에 근거한 것이다. 이 규정은 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집단 휴진 당시에는 업무개시 명령을 어긴 전공의 등 10명을 고발했다가 취하한 바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위기가 고발 취하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복지부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무적으로도 충분히 준비했고, 불법 행위가 있을 경우 법대로 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집단행동을 강행하고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의사면허가 박탈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찬반 논리는?…”지역·필수의료 붕괴 위기” vs “밑빠진 독 물 붓기”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025학년도 입시의 의대 정원 규모는 5천56명으로, 올해보다 2천명 늘었다. 한해 사이 정원의 65.4%가 늘어나는 셈이다. 계획대로 증원이 되면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의대 정원 대폭 확대를 ‘결심’한 것은 의사 수가 부족해 지역·필수 의료가 붕괴 위기에 처한 만큼, 지금에라도 의사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천 명당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명의 70% 수준이다.

정부는 현재 5천명의 의사가 부족한데,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10년 뒤인 2035년에는 1만명의 의사가 더 부족해져 모두 1만5천명의 의사 충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협 등 의료계는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에 대한 낮은 처우 때문에 지역·필수의료의 의사 인력이 부족한 만큼 정원을 늘려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의협의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한국의 활동의사 증가율이 OECD 평균보다 높아 현재 의사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2047년엔 OECD 평균을 넘어서게 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리도 펴고 있다.

과잉 공급된 의사가 수익을 유지하려는 과정에서 비급여 의료행위가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 원장은 “인구 1천명당 의사 1명이 늘어나면 의료비가 22% 증가한다는 국민건강보험의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사 수 증가가 작은 병이 큰 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 의료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의사 수 증가로) 제때 진료를 받으면 병이 커져 큰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도 줄어든다. 결국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큰 폭의 증원을 대학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정반대 의견이 대립한다.

의협은 기초의학 교수와 시설이 부족해 ‘부실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복지부는 이미 대학 수요조사와 전문가 현장 실사를 마쳐 정원이 2천명 늘어나도 교육 여력이 있다고 반박한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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