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의 담백함 살린 채식 자장면… 깔끔함에 반한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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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신동양반점

음식 냄새 진동하는 여의도 종합상가
40년이 넘게 세월과 싸운 운치 느껴져
마늘 등 ‘無오신채’로 요리 또 다른 매력
채식 자장면·마파두부가 시그니처 요리
바삭한 튀김옷이 일품인 버섯 탕수도
종교·맛 넘어 건강한 식습관 자리잡길

야채로만 만든 자장면을 파는 곳이 있다. 돼지비계의 녹진한 기름 맛이 아닌 야채의 담백함으로만 맛을 낸 곳 말이다. 채식을 하는 이들에게는 보석 같은 곳이 40여년 동안 여의도를 지키고 있다.

◆여의도 신동양반점

서울에 살다 보면 즐겨찾는 자신만의 벚꽃 명소가 있다. 지금은 많은 곳에 벚꽃 거리가 조성돼 흐드러진 벚꽃의 정취를 쉽게 느낄 수 있지만 예전에는 벚꽃을 보려면 오랜 시간 전철을 타고 가야만 했다. 바로 인파 속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보던 여의도다. 어머니 집 오래된 앨범 안에는 지금은 사라진 여의도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며 제법 멋진 포즈를 취하던 나와 동생의 사진이 있다. 서울 동쪽에서 살다 보니 여의도는 그저 나에게는 사진 속 추억의 장소, 인파 속에서 쓸려가듯 보던 벚꽃들이 먼저 생각나던 곳이다.

갈 일이 없던 그런 여의도에 요즘엔 계절별로 찾아간다. 바로 채식이 가능한 중식집 ‘신동양반점’ 때문이다. 오래된 여의도 종합상가에 들어서면 온갖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한다. 짧은 점심시간 북적거리던 흔적이 가득한데 특히 오래된 터줏대감인 삼보정의 청국장 냄새는 여의도 종합상가의 시그니처인 느낌이다. 5층에 위치한 신동양반점은 마치 1990년대 영화에 나올 법한 느낌의 복도를 지나 여기가 입구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중국 현지 대중식당 같은 인테리어는 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여의도 빌딩들의 모습과 비교해 다소 이질적인 기분이 든다. 문을 연 지 40년이 넘은 신동양반점은 세월과 맞서 싸운 운치가 느껴진다.

메뉴판은 두 가지가 나온다. 일반 중식요리들과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채식요리들인데 이곳의 매력은 또 채식 중에서도 ‘무(無)오신채’, 즉 다섯 가지의 향채가 들어가지 않는 채식요리를 내준다는 점이다. 오신채는 불교에서 금하는 마늘, 파, 부추, 달래, 아위를 말하는데 단순 채식주의자보다도 종교적 의미에서 더 깊게 채식을 하는 이들에게는 이곳의 무오신채 중식 메뉴들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처럼 귀한 음식이 아닐 수가 없다. 또 단순히 자장면, 짬뽕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요리까지 준비되어 있기에 채식을 하든 안 하든 모두가 한자리에 앉아 함께 즐길 수가 있다.

채식 버섯탕수

◆채식 자장면과 버섯 탕수

신동양반점을 가면 나는 주로 채식 자장면과 마파두부 그리고 버섯 탕수를 주문한다. 채식 자장면은 겉모습으로는 전혀 채식요리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윤기가 흐른다. 자장면을 비비면 밑에 혹시 고기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향이 올라오는데 한입 가득 넣은 면발에선 분명 자장면의 근본적인 맛에 충실함이 느껴진다. 강한 불에 볶은 다진 야채들과 춘장은 다소 심심한 풍미를 뽐내며 음식을 먹는 내내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자장면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필수 MSG도 적게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건강한 맛이다.

윤기가 흐르는 마파두부는 특이하게도 부드러운 연두부를 사용하기에 밥과 함께 버무려 먹기에 최적이다. 기름이 적은지 많은 양임에도 불구하고 남김없이 먹기에 좋다. 함께 주는 배추탕은 마파두부의 매운맛을 씻어주며 다른 접시에도 손을 가게 도와준다.

이곳에 오면 꼭 시키는 메뉴가 있는데 바로 버섯 탕수다. 버섯을 넓게 편 썬 후 튀김옷을 입힌 이 버섯 탕수는 그야말로 맛이 일품이다. 튀김은 소스에 버무려져 나온다. 뜨겁고 바삭한 튀김옷에 소스가 가볍게 둘러져 뜨거울 때와 식었을 때가 다르기에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함께 곁들여 주는 고추 초간장은 이미 맛이 완성되어 있는 버섯 탕수에 반한 내 입 안에 한 번 더 펀치를 때리는 느낌이다. 기름에 튀긴 요리가 맞는 걸까 싶을 정도로 빠르고 또 가볍게 입 안으로 들어가는데 돼지고기 탕수육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넘치는 요리다.

이곳은 신기하게도 중식요리를 먹을 때면 생각나는 반주가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래도 심심한 간과 깔끔한 맛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또 신동양반점의 채식 중식요리의 장점은 바로 식사 후가 아닐까 싶다. 묵직한 중식을 먹은 느낌보단 가벼운 산채요리를 먹고 나온 느낌이기에 하루를 편하게 보낼 수가 있다.

채식 마파두부

◆소식(素食) 베지테리언

채식, 그중에서도 소식은 고기나 생선이 없는 야채 위주의 소박한 음식을 뜻한다. 정결하고 순수한 음식, 마음의 평화를 주는 음식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 소식은 우리도 종종 접하고 있는 사찰음식에서도 많이 찾을 수 있다. 대승불교에서는 육식을 금하는 단주육문(斷酒肉文)에 입각해 고기, 술 더불어 오신채를 금하기에 한국요리에서 빼놓기 어려운 마늘, 파, 부추를 사용할 수가 없다. 베지테리언은 육식을 금하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이들을 뜻하는데 단계에 따라 가끔 고기류를 섭취하는 플렉시 테리언, 고기 중에서도 가금류만 먹는 폴로 베지테리언, 육류는 먹지 않고 달걀과 유제품을 먹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해산물과 어류를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동물에서 비롯되는 모든 재료를 멀리하는 비건 등이 있다.

채식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종교적인 의미가 될 수도 있고 개인의 신념이 될 수도 있다. 또 자신의 몸에 잘 맞기에 하는 이들도 많다. 다만 채식이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무조건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영양소의 불균형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슬기롭게 자신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이 좋다.

 

모둠 버섯튀김

■모둠 버섯튀김 만들기

<재료>

새송이버섯 100g, 표고버섯 100g, 느타리버섯 100g, 덧가루 조금, 튀김가루 100g, 차가운 물 80ml, 소금 조금, 튀김 기름 1L, 간장 50ml, 식초 15ml, 설탕 10g, 생수 30ml, 깨소금 조금

<만드는 법>

① 버섯들은 한 입 크기로 길게 찢어 준 후 소금간을 해준다. ② 튀김가루에 차가운 물을 섞어 배터액을 만들어 준다. ③ 덧가루를 묻힌 버섯을 배터액에 담가 준 후 170도로 달군 기름에 노릇하게 튀겨준다. ④ 간장, 식초, 설탕, 생수, 깨소금을 섞어 소스를 만들어 준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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