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부펀드]① 2030년 18조弗 굴리는 ‘큰손의 시간’ 오는데… ‘무색무취’ 투자처에 머무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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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황금시대를 맞은 중동 국부펀드를 필두로 세계 국부펀드들이 다시 몸집을 불리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세계 국부펀드 시장은 18조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2위 국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국부펀드들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이른바 ‘큰손의 시간’에 대비해, 우리나라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어필하는 것이 장차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175개에 달하는 국부펀드 중 어떤 곳을 공략해볼 수 있을까. ‘세계의 국부펀드’ 기획 기사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고금리·저성장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세계 국부펀드가 지난해 다시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중동 국부펀드가 두 번째 황금시대를 맞으면서다. ‘고유가’로 재정 수입을 막대하게 늘려 활황했던 2008년 금융위기 때가 이들의 첫 번째 황금기라면, 이번 황금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고유가가 만들어냈다.

비단 중동 국부펀드만이 활약했던 것은 아니다. 침체했던 금융 시장이 지난해 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다시 살아나면서, 글로벌 국부펀드들이 전반적으로 덩치를 키웠다. 세계 최대 규모의 운용 자산을 자랑하는 노르웨이국부펀드(NBIM)는 지난해 역사상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부펀드는 국가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금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 투자 기관이다. 우리나라에는 외환보유고를 해외에서 굴리는 한국투자공사(KIC)가 대표적인 국부펀드로 꼽힌다. 국민연금(NPS)은 공적연금기금(PPF·Public Pension Fund)에 해당한다. 국부펀드와 연기금은 국가가 소유하고 통제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연기금은 추후 연금으로 돌려줘야 할 부채로 잡혀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부펀드와 연기금은 한 데 묶여 국영 투자자(SOI·State-Owned Investors) 혹은 넓은 의미의 국부펀드라고 불린다.

셰이크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얀 UAE 외교국제협력부 장관, 셰이크 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얀 아부다비투자청(ADIA) 상무이사 겸 아부다비 집행이사회 위원 겸 HRH 왕세자 살만 빈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왕세자 겸 바레인 제1부 최고사령관이 지난해 2월 22일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 큰돈 굴린 중동, 美·인도·UAE엔 돈 몰려

11일 글로벌 국부펀드·연기금 분석 기관인 글로벌SWF(globalSWF)의 ‘2024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국부펀드의 운용 자산(AuM) 규모는 11조2000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약 3조달러에 불과했던 국부펀드 운용 규모는 17년 동안 4배로 불어났다.

글로벌SWF는 “2022년 폭락했던 금융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돼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국부펀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며 “특히 중동 국부펀드가 글로벌 유동성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그래픽=손민균

글로벌SWF의 설명대로 지난해엔 중동 지역,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세력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PIF(Public Investment Fun)는 지난해 전 세계 국부펀드가 신규 투자한 1240억달러 중 약 4분의1(315억달러)을 차지하는 가장 ‘큰손’으로 등극했다. 과거 6년 동안 국부펀드 투자 1위 자리를 수성해 온 싱가포르투자청(GIC)을 제친 것이다.

PIF를 포함해 2023년 한해 신규 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상위 10개 국부펀드 중 절반이 중동 국부펀드였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무바달라(Mubadala·175억달러), ADIA(아부다비투자청·132억달러), ADQ(아부다비개발지주회사·58억달러), 카타르의 QIA(카타르투자청·59억달러) 등이다.

나머지는 캐나다, 싱가포르 지역에 포진돼 있었다, 캐나다의 CPP(캐나다국민연금·94억달러),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관리공사·73억달러), OTPP(온타리오교원연기금·53억달러),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63억달러) 등이다.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는 단연코 미국이었다. 미국은 지난해 세계 국부펀드로부터 총 829억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전세계적으로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인 와중에 그나마 미국이 안정적인 정치·경제 상황을 보였기 때문이다. 불안한 세계 정세 속에서 장기적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국부펀드들에는 가장 선호되는 투자처다.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도 각각 167억달러, 159억달러의 투자를 받아 2·3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22%, 111% 급성장한 것이었다. 인도를 비롯한 인도네시아·브라질·중국 등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 관심이 지난해 유독 높아졌다는 것이 글로벌SWF의 분석이다. 그 밖에 상위 10위 투자처에는 영국·중국·브라질·호주·터키·일본·UAE가 이름을 올렸다.

그래픽=손민균

◇ 세계 국부펀드에 아주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韓

투자처로서 한국은 지난해 그다지 매력적으로 부각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국부펀드 투자 유치 국가 순위 15위에 그쳤다. 지난해 29억달러(한화 3조8584억원)를 유치했는데, 이는 2022년 대비 22% 줄어든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특별한 약점이 있어서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10월까지도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유효했던 탓에 전반적으로 리스크오프(위험 회피 성향)였다”며 “다만 장기 성장 잠재력이 높고 중국의 공급망 재편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등 지역의 경우엔 투자가 많이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이 투자대상으로는 딱히 ‘색깔’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국부펀드·연기금 컨설팅사인 윌리스타워스왓슨(Willis Towers Watson Head of Investment)의 복재인 아시아 투자 부문 대표는 투자처로서 한국에 대해 “아주 나쁜 상태도 아니고, 아주 좋은 것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그는 “국부펀드는 장기 투자를 하는 곳이다. 국부펀드들은 그다지 정치적이지가 않다. 그저 순수 투자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저 위험 대비 수익이 가장 높은 곳을 찾을 뿐이다”라며 “강한 성장력도 없고, 홍콩·싱가포르 등에 비해 세금·언어·배타적인 문화 등 측면에서 ‘허들’이 있는 한국을 투자자들이 최우선으로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국부펀드들이 한국에 투자를 할 때는 특정 주식(stock), 특정 회사, 특정 기회를 보는 것이지, 한국이란 국가에 대한 매력(endorsement)을 보고 들어오는 건 아니다”라며 “미국·중국처럼 기초 자산 배분(fundamental asset allocation)을 하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자산을 조금 넣었다가, 뺐다가 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 배분(tactical asset allocation) 국가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부펀드 입장에서 볼 때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정보가 다소 부족한 것이 주요 제약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복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한국의 투자 메리트라든지, 한국 산업계의 성장 여력을 키워주는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프로모팅(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에 대해 잘 몰랐는데, 한번 가서 검토를 해봐야겠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메인 스트림(주류) 투자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국부펀드들이 탐색(exploration)할 만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지난해 10월 24일 열린 ‘사우디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컨퍼런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매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나란히 앉아 있다. /로이터

◇ “중동 밖 국부펀드로도 정부 시야 넓혀야”

정부도 이런 추세와 문제의식을 감안해 국부펀드 투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과 UAE의 정상회담 뒤 UAE 측은 한국에 3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현재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실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또 그해 10월 윤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사우디 국부펀드와의 합작 투자 계약 등이 이뤄지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산업은행에는 국부펀드 투자 유치를 전담으로 하는 팀도 만들어졌다.

다만 정부의 노력이 아직은 중동 지역의 국부펀드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시야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부펀드별로 투자 업종이나 투자 단계에 대한 선호도가 상이한 만큼, 각국 펀드별 투자 성향을 고려한 매칭 정보 제공이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중심 업무 지구 스카이라인의 모습. /로이터

국부펀드는 앞으로 투자 시장의 더 큰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SWF에 따르면, 전 세계 국부펀드 자금 운용 규모는 내년 12조7000억달러에서 2030년 18조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돈으로 2경4000조원. 미국 다음으로 2위 경제 대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추정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국부펀드의 미래에 대해 글로벌 투자 전문 분석업체 ‘인베스트먼트 모니터’(Investment Monitor)는 “수조달러를 관리하는 세계 최대의 투자 수단으로서 거대 국부펀드들은 곧 국가들보다도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의 풍부한 자금과 장기적인 전망은 기업들을 소중한 파트너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복 대표 역시 “어찌됐든 나라의 부(富)는 계속 축적될 것이기 때문에, 국부펀드 역시 계속 커질 것”이라며 “다만 미래 세대에 국부펀드 운용 자금이 실제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성장 속도가 더뎌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전 세계에는 국부펀드가 175개 존재한다. 연기금(302개)까지로 국부펀드의 정의를 더욱 넓히면 약 500개에 달한다. 국부펀드는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아일랜드가 최근 넘치는 재정 흑자를 기반으로 1000억유로(144조원)의 국부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고, 이탈리아도 10억유로(1조5000억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출범시켰다. 모두 한국의 잠재적 투자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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