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도 눈 뜨자마자 보던데…알고보면 무서운 숏폼 중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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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삼킨 ‘도파민 중독’
숏폼 인기에 SNS 사용량 급증
집중력·문해력 저하 우려도
“노출 환경 넓어져…조절하려는 노력 필요”

그룹 AOA 출신 설현이 ‘나 혼자 산다’에서 숏폼에 푹 빠진 일상을 공개했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아침에 눈 뜨자마자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거실로 나와서도 소파에 누워 휴대폰 속 무언가를 보느라 여념이 없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그룹 AOA 출신 배우 설현은 스스로 ‘숏폼 중독’임을 고백했다. 그의 휴대폰 이용 시간은 하루 11시간이었다.

‘숏폼 중독’이 일상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숏폼’은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인스타그램 릴스·유튜브 쇼츠·틱톡 등의 인기와 함께 20·30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는 올해 키워드 중 하나로 ‘도파밍’을 꼽았다. 도파밍이란 즐거움을 느낄 때 분비되는 ‘도파민’ 호르몬과 수집한다는 뜻의 ‘파밍(Farming)’이 결합된 것으로 도파민을 추구하는 현상을 뜻한다.

도파밍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게 바로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통해 단기간에 강력한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숏폼’이다. 틱톡 시청에 일평균 3시간 이상을 쓰고 있다는 직장인 A(28)씨는 “설현의 패턴을 보고 너무 공감했다”면서 “알고리즘이 관심사에 맞는 걸 찾아주다 보니 퇴근 후 침대에 누워 넋 놓고 영상을 보다 보면 한,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고 했다.

최근에는 유튜브가 카카오톡 이용자 수를 뛰어넘었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튜브의 월 이용자 수(MAU)는 4564만5347명으로, 카카오톡의 4553만367명을 앞질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유튜브 쇼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숏폼’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학생 B(23)씨는 “콘텐츠 전체를 보려면 시간이 많이 드는 것과 달리 숏폼은 흥미로운 부분만 골라서 보여주기 때문에 편하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니 수시로 보게 된다”면서 “친구들과 충격적이거나 재미있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도파민 터진다’는 말을 많이 쓴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숏폼’을 공유하는 현상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자리 잡은 상태다. 친구가 영상을 공유할 때마다 “이미 다 본 것”이라고 반응하는 밈(meme) 영상은 이러한 현상을 전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사례이기도 하다.

장난스럽게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숏폼이 지닌 중독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임상미술학회 회장 김선현 교수는 한경닷컴에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주도록 한 게 ‘도파민 중독’이다. 조회수를 올려야 하니까 자극적인 내용이 많은 데다가 전후 맥락 등 전체적인 걸 보는 게 아니라 정보의 단편만 보게 되니까 집중력·이해력은 물론 문해력 저하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팝콘 브레인’을 언급하며 “자극에 노출된 뇌는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마치 팝콘이 전자레인지에 들어가면 ‘타닥’ 하고 튀는 것처럼 충동적이고 강력한 자극에만 반응해 빠져들게 되는 거다. 심각해지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거나 의사소통을 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이책? 올해 한 권도 안 샀다"…대세는 '구독 경제'/사진=게티이미지

“종이책? 올해 한 권도 안 샀다”…대세는 ‘구독 경제’/사진=게티이미지

‘보는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읽는 습관’을 기피하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 남궁지영 선임연구위원 등은 ‘한국교육 종단연구: 초기 성인기의 생활과 성과(Ⅰ)’ 보고서에서 2011년 스무살을 맞은 4850명과 2021년 스무살인 5705명을 비교했는데, 현재의 스무살 청춘들이 과거에 비해 SNS 사용량은 급증한 반면 독서량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전에는 응답자 48%가 ‘SNS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2021년 스무살은 열 명 중 아홉 명이 SNS를 하고 있었다. 한 달 평균 독서량(강의 교재·참고서·만화책·잡지 등 제외)과 관련한 질문에는 ‘한 권도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38.1%로 1위였다. 10년 전에는 ‘평균 한 권을 읽는다’는 응답이 34.13%로 가장 많았던 바다.

문해력 저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 교수는 “이건 직장인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라면서 “독서량이 줄어들고 정보의 단편만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문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미국 뉴욕시는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위해를 가한 책임이 있다며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냅챗, 유튜브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수익 확대를 위해 의도적으로 중독성 있는 플랫폼을 설계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해한 알고리즘을 사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애덤스 시장은 “지난 10년간 우리는 온라인 세계가 얼마나 중독성이 세고 강력한지 봐왔다”며 “소셜미디어는 아이들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노출함으로써 전국의 아이들 정신건강 위기를 조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파민의 유혹은 더 거세지고 있다. 선호도에 맞춰 콘텐츠·K팝 업계는 물론 유통·정치 분야까지 숏폼이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 엔터 관계자는 “영상·마케팅 파트가 핵심 직무가 됐다. 몇 년 사이에 채용이 늘었고, 담당자들의 업무량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많아졌다”고 전했다.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노출 환경은 넓어졌고, 앞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숏폼을 시청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가지 않느냐. 정신건강이나 심리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독”이라면서 “시청 시간을 정해놓고 보는 등 스스로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숏폼 시청에 따른 수면 부족도 문제점으로 언급하며 “불을 끈 상태에서 영상을 보게 되면 블루 라이트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영상이 계속 기억에 남아 잠도 잘 오지 않는다. 특히 잠들기 전에는 보지 않기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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