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팬데믹도 아닌데 의료재난 위기경보 ‘심각’ 발령|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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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어제 보건의료재난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총리가 주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범정부 대응에 나섰다.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고, 공공병원의 진료 시간을 연장하며, 대형병원의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투입하기로 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발령된 적은 있지만 국민 건강과 생명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보건의료 위기 심각 단계를 발령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매일 코로나 확진자와 가용 병상 수를 집계해 발표하던 정부가 이제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 숫자를 공개하며 경증·비응급 환자의 대형병원 이용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때 그랬듯 수술실과 응급실이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어서다. 교통사고 환자가 병원 수십 곳을 전전하고, 낙상 환자가 고관절이 부러진 채 ‘표류’하다 군 병원에서 간신히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감염병이 도는 것도,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난리인가.

아직 병원을 지키고 있는 전공의(레지던트) 4년 차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전임의(펠로)까지 이달 말 계약 만료로 병원을 떠나면 수술실과 응급실 가동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공공병원 97곳을 활용한 정부의 비상진료체계도 곧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어 ‘3월 의료대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 살리는 게 업인 의사들이 환자 외면하고 집단행동을 하면서 누굴 설득할 수 있겠나. 외부 요인도 없이 시작된 보건의료재난 위기를 빨리 수습하지 못하고 피해가 커진다면 정부의 정책 추진과 갈등 관리 역량에 대한 불만 여론도 높아질 것이다.

사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정부와 전공의·의대생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정부와 의료계에 “유연한 태도”를 주문하며 중재의 뜻을 밝혔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근거를 제공한 전문가들도 증원은 하되 “연간 2000명은 무리”라며 속도 조절을 제안한 바 있다. 의정(醫政)은 중재 의견을 경청하며 일촉즉발의 대치 국면을 타개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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