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가부양책 편승한 펀드 공세… ‘기업 성장 여력’ 훼손 안 된다|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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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자사주 소각, 현금배당 확대 등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기업에 요구하는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단순 투자를 넘어 상장 기업에 주주가치를 높이고 경영을 개선하라고 요구해서 수익률을 높이는 사모펀드다. 올해는 특히 정부가 증시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달 내 발표할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편승해 한층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 5곳의 행동주의 펀드 연합의 주주환원 요구를 다음 달 주총에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그제 밝혔다. 펀드 연합은 주당 배당액을 2550원이 아닌 4500원으로 늘리고, 내년까지 자사주를 5000억 원어치 추가 매입하라고 삼성물산에 요구했다. 이들이 제안한 주주환원 규모는 1조2364억 원으로, 회사의 지난해와 올해 잉여현금흐름을 웃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지나친 요구를 그대로 들어준다면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 등에 써야 할 여유자금이 바닥나 회사의 성장과 고용 여력이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2020년 10곳 정도였던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 기업은 지난해 73곳으로 급증했다. 삼성물산뿐만 아니라 KT&G, 삼양그룹, 현대엘리베이터, 7대 금융지주 등도 주주환원을 확대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늑대가 무리를 지어 먹잇감을 사냥하듯 펀드들이 뭉쳐 한 기업을 공격하는 ‘울프백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이들의 공세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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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고질적인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들도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고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 여력을 훼손할 정도로 과도한 요구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경영권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자사주 소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의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을 때 투기적 자본의 공격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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