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지션 아포짓으로 최고 활약 펼치고 활짝 웃은 삼성화재 에디 “트라이아웃 1순위가 오히려 힘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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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25일부터 27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몽골 듀오’ 에디와 바야르사이한이었다.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두 선수는 한국의 고교-대학을 거쳤다. 2017년 모국 몽골을 떠나 한국땅을 밟은 두 선수는 순천 제일고를 졸업해 에디는 성균관대, 바야르사이한은 인하대로 진학해 배구를 배워왔다. 대학 무대에서 정상급 기량을 뽐낸 데다 오랜 한국 생활로 한국어 사용이 능통하다는 장점이 구단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였다.

 

4월27일 열린 트라이아웃에서 에디는 전체 1순위로 삼성화재에 지명됐다. 삼성화재의 사령탑인 김상우 감독은 성균관대 감독 시절 에디를 지도한 스승이었기에 그 인연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바야르사이한은 4순위로 OK금융그룹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5월초 튀르키예에서 진행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었고, V리그 경력직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쿠바)를 선택했다.

 

아시아쿼터와 외국인 선수 모두 1순위 지명권을 얻어 공격력을 크게 끌어올려줄 두 선수를 데려온 김상우 감독은 올 시즌을 구상하면서 두 선수를 모두 활용할 그림을 그렸다. 대학 시절부터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어온 에디를 오른쪽에, 좌우 날개로 모두 뛸 수 있는 요스바니를 김정호의 아웃사이드 히터 파트너로 기용해 공격력을 극대화한다는 그림이었다.

 

에디는 삼성화재의 2023~2024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해 10월15일 우리카드전만 해도 아포짓 스파이커로 기용됐지만, 이후엔 좀처럼 아포짓으로 기용되지 못했다. 대학 무대에선 정상급 아포짓으로 활약했지만, V리그에선 효율이 그리 높지 못했다. 요스바니가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며 리시브 부담이 커져 공격에서도 제 몫을 못하게 되자 김상우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에디를 미들 블로커로 돌리고, 요스바니를 아포짓으로 기용해 그의 공격력을 최대한 끌어내기로 했다.

 


요스바니에게 공격을 몰아주는 전술은 시즌 초반에 통했다. 1라운들 5승1패로 마친 삼성화재는 2라운드 3승3패로 주춤했지만, 3라운드에도 5승1패를 거뒀다. 시즌 절반까지 삼성화재는 13승5패의 고승률로 선두권에 위치하며 2017~2018시즌 이후 명맥이 끊긴 봄배구를 드디어 하는 듯 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4,5라운드 모두 2승4패로 주춤하면서 순위가 점점 내려갔다. 요스바니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면서 그의 컨디션에 따라 팀 전체 경기력이 좌우됐다. 요스바니가 과거 V리그에서 뛰던 시절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 그 이상을 책임지던 유형의 외국인 선수가 아니었기에 요스바니의 체력도 고갈됐다.

 

한때 선두를 달리던 삼성화재의 순위는 3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6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는 5위까지 떨어졌다. 3위인 OK금융그룹에게 이날 패한다면 봄배구 진출을 위한 마지노선인 3위와 승점 3 이내 차이의 4위는 정말 멀어지는 상황이었다.

 


김상우 감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새로운 수를 꺼내들었다. 시즌을 앞두고 그렸던 그림을 6라운드에 다시 꺼내든 것이다. 지난달 29일 KB손해보험전에서 2-3으로 패하긴 했지만, 4,5세트에 에디를 아포짓 스파이커로 기용해 나름 재미를 본 상황이었다.

 

에디를 아포짓 스파이커로 기용해 요스바니에게 편중된 공격부담을 덜어주려는 김상우 감독의 전술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대학 시절 가장 익숙하게 뛰었던 포지션에 기용된 에디는 그간 미들 블로커에서 뛸 때와는 다르게 제대로 공격본능을 발휘했다.

 

전위 퀵오픈 성공률 69.23%(9/13), 후위 공격 성공률 58.33%(7/12)로 모두 합격점이었다. 이단 연결된 오픈 공격도 46.15%(6/13)로 준수했다. 이날 에디는 서브득점 3개를 포함해 팀내 최다인 25점(공격 성공률 57.89%)을 몰아치며 팀 공격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날 요스바니의 공격 성공률은 42.86%에 불과했다. 평소 삼성화재였다면 요스바니의 이정도 공격성공률이면 완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은 에디와 요스바니가 30% 중반대의 공격점유율을 고르게 가져가면서 그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 공격 성공률은 낮았지만, 요스바니는 전매특허인 서브에선 에이스를 6개나 기록해내며 21점을 올리며 에디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시즌 전 구상했던 그림이 시즌 막판에야 제대로 구현되면서 삼성화재는 OK금융그룹을 3-1(25-19 27-25 16-25 25-20)로 누르며 2연패에 탈출했다. 승점 3을 추가한 삼성화재(승점 48, 18승15패)는 한국전력(승점 47, 16승17패)을 5위로 밀어내고 4위로 올라섰다. 아울러 2019년 3월5일 이후 5년 동안 안산 원정에서 당한 연패를 ‘13’에서 끊어냈다. 1825일 만의 안산 원정 승리였다. 3위 OK금융그룹(승점 52, 18승15패)와의 승점 차도 4로 줄여 남은 3경기 결과에 따라 준플레이오프 진출은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경기 뒤 김상우 감독도 아포짓 스파이커 에디에 대해 흡족해했다. 그는 “에디는 원래 아포짓 스파이커다. 원래는 아포짓으로 기대를 만힝 했는데, 테크닉에 한계도 있고, 요스바니의 리시브 부담이 올라가서 주저하게 됐다. 그동안 몇 번 이러한 라인업을 시도해봤지만, 처음으로 잘 구현된 경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3경기가 남았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봄배구를 하든 못 하든 이대로 끝내고는 싶지 않았다. 저보다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더 컸던 것 같다. 하늘이 도와준다면 남은 세 경기를 최선을 다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승장 인터뷰 뒤 수훈선수 인터뷰로 에디는 세터 이재현과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에디는 “오랜만에 아포짓으로 기용됐다. 재현이와 호흡이 잘 맞아서 오늘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후배를 치켜세웠다.

 


오랜만에 아포짓으로 기용됐음에도 이렇게 잘 해낼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도 아포짓으로 훈련을 소화해서였을까. 에디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그는 “최근 다시 아포짓으로 훈련을 했다. 미들 블로커로 뛸 때는 미들 블로커 위주로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그의 본 포지션은 아포짓이었기에 가능했던 이날의 활약인 셈이다.

 

이날 에디의 서브득점이 3개나 터질 수 있었던 것도 아포짓으로 뛰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전했다. 에디는 “미들 블로커로 뛸 때는 전위 세자리만 뛰고 후위 땐 벤치로 가다보니 서브를 때릴 때 몸이 다소 무거웠다. 오랜만에 전후위를 모두 소화하며 많은 공격을 가져가니 어깨도 더 풀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서브도 더 날카로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쿼터 전체 1순위는 지명 당시엔 영광이었지만, 시즌 중반엔 그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제 옷이 아닌 미들 블로커로는 자신의 기량을 100%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디는 “1순위라는 점이 오히려 힘들게 했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부담감도 컸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코트와 웜업존을 들락거렸던 에디에 비해 OK금융그룹의 바야르사이한은 미들 블로커로 확고부동한 주전 자리를 점한 것도 에디를 부럽게 만들었다. 에디는 “바이라가 주전으로 뛰며 잘 하는 것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다. 우리 팀과 붙지 않을 땐 잘하기를 응원하기도 했다. 그래도 오늘 같이 맞대결을 할 땐 우리가 이겼으면 했는데, 그렇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에디는 다음 경기에서도 아포짓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에디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자리는 오른쪽이라는 것이다. 에디는 “아직 3경기가 남았다. 남은 경기에서 아포짓으로 들어가든, 미들 블로커로 들어가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산=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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