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내 수술은 괜찮나요?”…의료 대란 걱정에 떨고 있는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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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3층 혈액병원에서 환자 및 보호자 4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 정진원 수습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코앞에 닥친 가운데, 가장 불안한 이들은 당장 병원 진료가 시급한 환자와 보호자들이다.


병원 현장에서는 입원 치료를 받던 백혈병 환자를 외래진료로 돌리고, 수술 일정이 밀려 기껏 입원한 환자를 퇴원시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이모(49)씨의 아이는 백혈병 환자다. 이날 새벽부터 경북 영주시에서 이 곳까지 달려왔다는 이씨는 “원래는 입원했는데, 지난주부터 입원을 못하고 외래로 왔다 갔다 하고 있다”며 “또 항암치료에 들어가야 하는데 입원을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오늘도 오다가 (아이가) 쓰러졌다. 아이가 거동도 힘든데 수혈하고 다시 집에 가야 된다”고 호소했다.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한 반발로 오는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앞서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는 당장 이날부터 근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수술·입원·외래 일정이 연기되는 등 현장에서는 ‘의료대란’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초음파실 접수대 앞에는 “의료진 부족으로 초음파 검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병원을 찾은 우인희(34)씨는 “9개월 아기가 5월에 수술하는데 그게 미뤄질까 봐 염려된다”고 걱정했다.

전라도 광주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찾아 온 조중현(54)씨의 아내는 부인암 3기에서 4기로 진행 중인 환자다. 조씨는 “암이 전이돼 급한 상황이다. 빨리 수술해야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걸 막을 텐데…”라며 “수술 일정을 잡긴 했는데 (담당 의사가) 일정대로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어린이 병동 1층 초음파실 접수대 앞에는 "의료진 부족으로 초음파 검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나채영 수습기자19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어린이 병동 1층 초음파실 접수대 앞에는 “의료진 부족으로 초음파 검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나채영 수습기자
이어 “이런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한정돼 있는데, 전남대학병원도 지금 (전공의 사직 등) 한다고 하니 방법이 없다”며 “수술하러 외국을 나가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이날 서울아산병원에서 어머니의 개복수술 일정이 미뤄지면서 퇴원 절차를 밟고 있던 40대 보호자 이모씨는 “내시경 수술을 받았는데 해결이 안 돼서 응급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더 급한 환자 위주로 해야 된다고 해서 3개월 후로 수술 일정이 밀렸다”고 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같은 병실에서 (파업 예고 이후) 수술 일정이 밀린다고 해서 입원했다가 나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출산일을 앞둔 임신부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의도성모병원에서 5월 첫째주에 출산 예정인 조아라(36)씨는 “제왕절개를 할 예정이라 혹시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 하민종(34)씨도 “요즘 지역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분만 안하는 곳이 많다”며 “지역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우려된다). 대학병원은 소아과가 붙어 있어서 혹시 모를 상황에 소아과 선생님들이 아이를 봐줄 수가 있는데 지역 병원에 가면 소아과 처치가 안 되니 걱정된다”고 함께 걱정했다.

하씨는 “전공의 파업 때문에 암 환자 수술도 다 미뤄졌다고 들었다”며 “분만은 그에 비하면 경증으로 치는데, 보건복지부 장관 브리핑 봤는데 (분만 관련 대책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안 내놓고, 잘해보겠다고만 해서 방안이 있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에서 퇴원 수속을 마치고 나가던 폐암 환자 정모(66)씨는 “수술 앞두고 (전공의 사직 예고)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수술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면서도 “우리 아들네 쌍둥이가 원래 오는 27일 예정일이었는데 (세브란스) 파업 때문에 22일로 당겼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쌍둥이는 하루만 늦어도 배가 이만큼 커지는데 전공의가 파업하러 나가면 수술을 못 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이날 아이의 항암치료를 위해 세브란스 암 병동을 찾은 심모씨는 “1주일에 한 번 꼴로 채혈하고 항암 주사 맞으러 오는데, 올 때마다 환자가 이렇게 많은데 의사가 부족하면 안 되잖냐”며 “의사 수를 점차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씨는 “(의대생 증원해도) 내년에 대학 들어가서 바로 의사 되는 거 아니지 않나”라며 “10년 뒤의 일을 현재 의사들이 자기 권리 주장을 위해 너무하는 것 아닌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암 환자들 건강하지도 않고 마음도 아픈 사람들을 외면하고 의사가 파업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항암치료를 위해 여의도성모병원을 찾은 말기암 환자인 유모(58)씨는 “암담하고 (의료계 파업은) 너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유씨는 이내 눈물을 참지 못하며 “자기 이익을 위해서 환자들을 이렇게 불안에 떨게 하는 건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의료 당사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시민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 이식 관련 외과 치료를 받는 50대 여성 양모씨는 “맨날 일손 달린다고 해놓고 (정부가 의대생) 증원한다니까 파업하는 게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직장암 환자인 어머니의 항암치료를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김영민(47)씨는 “언론 보도를 보면 정부 측 주장은 잘 들리는데, 의사 측 주장은 잘 들리지 않는다”며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의사들의 파업이 납득이 잘 안 되는데, 무엇이 걱정돼 이렇게까지 하는지 들어보고 싶다”고 답답해 했다.

반면 의료 현장 혼란 등에 대한 충분한 대비 없이 의대생 증원 정책부터 강행만 하려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함께 나왔다.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입원수속실 앞 대기좌석에서 “아내가 혈관 임파선 수술을 받아야 해서 기다리고 있다”던 박승남(71)씨는 “정부가 미리 대비책을 세웠어야 한다”며 “만약에 이런 일(의료 대란)이 생겼을 경우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대비책이 없으면 큰일 나지 않겠냐. 환자로서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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