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웅∼.”

지난달 28일 찾은 전남 고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흥항공센터 내 K-UAM(도심항공교통) 그랜드챌린지 실증단지. 드론보다는 크고, 일반 비행기보다는 작은 기체가 지면에서 수직으로 가볍게 떠오르더니 순항비행을 시작하며 상공을 가로질렀다. 이 기체는 항우연이 개발한 국내 첫 UAM ‘오파브(OPPAV)’로, 정부의 안전 기준을 만들기 위한 시험 비행에 쓰이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사업이 이처럼 본궤도에 오르며 한국형 UAM의 윤곽이 구체화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수도권 상공을 날아다니는 UAM을 볼 수 있게 된다.

◆도시소음보다 조용한 수준의 소리

’하늘을 나는 차’라고 불리는 UAM은 복잡한 도심의 도로 대신 하늘로 사람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개발됐다. 상상 속에만 있던 새로운 이동수단을 현실화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고흥에서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UAM은 도심에서 운항하는 비행기인 만큼 기체, 버티포트(수직 이착륙장) 운항통제시스템, 교통관리시스템 등 모든 체계가 실증을 받는다.

이날 오파브는 소음측정을 위해 실증단지 상공을 고도를 바꿔가며 두 바퀴 회전했다. 1인승인 오파브는 중량 650㎏, 날개폭 7m, 전장 6.2m에 최대 시속 240㎞를 낸다.

향후 5인승급으로 확장하면 최대속도는 KTX보다 빠른 시속 340㎞까지 올라간다.

소음 수준은 130m 상공에서 시속 160㎞로 운항할 때 61.5㏈A(가중데시벨·귀로 느끼는 소리의 크기를 더 잘 나타내기 위해 가중치를 붙인 값)으로 측정됐다. 80~85㏈A 수준인 헬기보다 훨씬 낮고, 일반적인 도시소음(65㏈A)보다 조용한 수준이다. 본격적인 소음 저감기술이 적용되면 소리는 더욱 작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승욱 국토교통부 도심항공교통정책과장은 “이러한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UAM의 도심 비행 소음 기준이 만들어진다”며 “도심에서도 불편이 없도록 이착륙 및 운항 소음을 더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부터 수도권 상공 난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진행되는 UAM 실증사업 중 국내의 그랜드챌린지는 규모와 신기술 적용의 유연성 측면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정기훈 항우연 K-UAM 그랜드챌린지 운용국장은 “한국의 그랜드챌린지는 미국, 영국, 프랑스와 함께 세계 4대 실증사업으로 꼽힌다”며 “다른 나라와 달리 전 세계 UAM 주요 업체가 참여하고 있고, 세계 최초로 5세대이동통신(5G) 통신망을 활용해 교통관리 체계를 구축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35개 기업이 7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통신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건설사(현대·GS·대우·롯데건설), 항공사(대한·제주·티웨이항공), 현대차, 카카오모빌리티 등 여러 분야 기업이 UAM 생태계 형성을 위해 협력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과 영국 버티컬 에어로 스페이스 등 손에 꼽히는 UAM 기체 제작사도 참여한다.

비도심 지역인 고흥에서 이뤄지는 1단계를 통과한 컨소시엄은 2단계로 넘어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수도권 상공에서 실증을 진행하게 된다. 8월부터 인천 청라에서 계양을 잇는 준도심인 아라뱃길 상공을 비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서울 한강과 탄천에서 도심 실증을 하고 상용화까지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고흥=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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