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구] 경동시장에 2030 모여드는 까닭 < 도시탐구 < 사회 < 기사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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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청량리역과 제기동역 일대에는 노인 유동 인구가 많다. 서울시에서 집계한 지난해 12월 기준 지하철 무임승차 통계에서 1호선 청량리역을 이용하는 무임승차 인원이 274,847명으로 3위였고, 1호선 제기동역을 이용하는 무임승차 인원은 256,218명으로 4위였다. 1위는 경부선 영등포역, 2위는 1호선 종로3가역이었다.


노인들이 이 일대를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전통시장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경동시장을 필두로 서울약령시,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 청량리 농수산물시장, 청량리 종합시장, 청량리 수산시장 등이 있다. 이들 시장을 한데 묶어 청량리시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서울약령시 입구.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앞에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청량리시장, 여러 전통시장이 연결된 거대한 시장


만약 버스나 승용차 등 지상 교통수단을 이용해 청량리 주변을 간다면 교통 혼잡을 각오해야 한다. 특히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과 청량리역 사이의 왕산로는 종일 붐빈다고 보면 된다. 이 도로변에 경동시장 등 청량리시장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량리시장은 사실 청량리동이 아닌 제기동에 있다. 청량리역 또한 많은 영역이 전농동에 속한다. 그런데 이들 시설에 ‘청량리’라는 이름이 붙은 건 그만큼 청량리의 유명세에 의지한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시장은 제기동역과 청량리역 사이의 왕산로 북쪽에 있다. 대로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장 간판만 ‘서울약령시’, ‘경동시장’,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이 있다. 거의 1km에 걸쳐 시장이 있는 셈이다. 대로 쪽 길이가 그렇고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 폭이 약 500m에 걸쳐 시장이 펼쳐져 있다. 


경동시장.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경동시장.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이 거대한 시장은 하나로 보이지만 경동시장,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 청량리 종합시장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 시장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시장은 아마도 경동시장일 것이다. 경동시장은 ‘서울의 동쪽에 있는 시장’이라는 뜻을 가졌는데 특히 한약재를 취급하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경동시장과 가까운 청량리역은 경원선, 경춘선, 중앙선이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로 전국에서 한약상이 모여들었다. 그래서 1960년대부터 청량리역 근처에 한약재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제기동과 용두동 일대는 한의원, 한약방, 한약재상 등 1천여 개의 한의약 관련 전문업소가 생겨 한약 시장 및 한방진료, 투약지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던 1995년 6월 경동시장의 일부 영역이 서울특별시로부터 ‘서울약령시’로 지정되었다. 제기동역에서 경동시장사거리까지와 그 안쪽 영역이 서울 약령시가 된 것. 


경동시장은 경동시장사거리에서 청량리역 방향으로 건너면 나오는데 경동시장 간판이 붙은 상가 건물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넓게는 상가와 인접한 노점과 시장 통로들의 점포들도 포함한다.


경동시장의 노점.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경동시장의 노점.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경동시장에 들어서도 한약재를 파는 상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전통시장인 만큼 농산물과 수산물, 그리고 건어물을 파는 상점도 많다. 시장 상점들이 펼쳐진 시장 통로를 걷다 보면 다른 시장 간판을 볼 수 있다.


경동시장으로 들어섰는데 청량리 종합시장이 나오더니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이 나온다. 청량리 농수산물시장이라는 간판도 보인다. 사실 간판을 의식하지 않고 걷다 보면 이들 시장이 하나인 거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청량리 수산시장. 왕산로 남쪽에 있다. 길 건너로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 간판이 보인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청량리 수산시장. 왕산로 남쪽에 있다. 길 건너로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 간판이 보인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한편, 왕산로 남쪽의 용두동에는 ‘청량리 수산시장’이 있다. 왕산로 북쪽의 시장들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수산물 시장으로서 구색은 다 갖춘 것으로 보인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가게들과 냉동창고들을 볼 수 있다.


낮에는 많은 점포가 문을 닫고 있었고 일부 점포가 소매 영업을 하고 있었다. 많은 점포가 새벽 시간대에 도매 영업한다고 한다.


노인들의 홍대가 힙한 카페가 있는 곳으로


제기동은 ‘노인들의 홍대’로 알려졌다. 무임승차 통계에서 보듯 제기동은 노인 유동 인구가 많다. 그만큼 노인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있다는 이유인데 그 연유를 전통시장에서 찾기도 하지만 콜라텍에서 찾기도 한다.


제기동 일대의 콜락텍은 원래 청소년을 위한 시설이었다. 하지만 이들 세대에 인기가 없어지자 노인들을 위한 시설로 바꾼 것인데 콜락텍을 찾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류점과 식음료점도 많아 청년 세대가 많이 찾는 홍대와 비견된다는 점에서 ‘노인들의 홍대’로 불렸다. 


스타벅스 경동 1960. 경동시장 상가 건물 안에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스타벅스 경동 1960. 경동시장 상가 건물 안에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그런데 노인 세대가 주로 찾는다고 알려진 제기동 일대에, 특히 경동시장에 최근 젊은 세대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가 경동시장 안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경동 1960’ 덕분이다.


‘스타벅스 경동 1960’은 폐관한 경동극장 시설을 재건축해 오픈한 것이다. 카페 입구에는 LG전자가 만든 복합문화공간인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가 함께 들어섰다. 


카페 내부는 목조 천장 등 기존 공간의 형태를 최대한 그대로 유지해 옛 극장의 흔적을 살렸다. 약 200석 규모의 좌석은 영화관처럼 계단식으로 만들었다. 주말에는 공연이 열려서 자리 잡기 힘들 정도라고.


평일 오후 ‘스타벅스 1960’에는 손님들로 붐볐다. 카공족들도 보였고 청년들도 보였다. 물론 중장년 손님들도 보였다. 이들의 차림새는 시장에 왔다기보다는 나들이 나온 모습으로 보였다. 


카페와 같은 상가에 입주한 시장 상인들은 카페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지만 이들이 시장 쪽으로 와서 물건을 사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이들 상인은 혹시 스타벅스 때문에 임대료가 오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 스타벅스 경동 1960 입구에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 스타벅스 경동 1960 입구에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스타벅스 경동 1960’은 전통시장 활성화 모델로 계획됐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당 300원씩 적립해 경동시장 지역 상생 기금으로 조성하고 있고 다양한 상생 활동도 벌일 거라고 한다.


다양한 세대가 모여드는 시장을 만드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힙한 카페나 식당처럼 장소성, 즉 특정 장소의 공간적 특성 혹은 특별함에만 집착하다 보면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려를 극복하고 노인들의 홍대로 알려진 제기동 일대의 전통시장이 젊은 세대들도 즐겨 찾는 곳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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