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작가와 대작 ‘듄’의 탄생[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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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영웅숭배 위험성 경고

작가로서도 ‘천재’ 꼬리표 경계

대작 쓰기까지 준비 과정 다뤄

◇듄의 세계/톰 허들스턴 지음·강경아 옮김/208쪽·3만2000원·황금가지

이호재 기자

1965년 미국에서 출간된 장편소설 ‘듄’(전 6권·황금가지)은 영웅주의를 경고한 작품이다. 처음에 주인공 폴은 자신을 메시아로 부르는 이들을 두려워한다. 추종자들의 맹목적인 믿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때의 문제를 예견한 것. 하지만 아버지를 잃고 적에게 쫓기며 궁지에 몰린 폴은 스스로 메시아가 되기로 한다. 폴의 복수는 성공하지만 세계는 혼란에 빠진다.


‘듄의 세계’는 미국 작가 프랭크 허버트(1920∼1986)가 이 소설을 쓰기 전 경험하고 공부한 여러 배경을 다룬 책이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듄: 파트2’를 봤다면 함께 읽어보며 작품을 여러 각도로 해석하기 좋다.

허버트는 잡지기자로 일하던 1957년 미국 오리건주의 연구기지를 취재했다. 기지에선 녹초로 가득한 비옥한 땅의 사막화를 막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었다. 그는 특히 모래가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사막화를 예방하는 방법을 취재했다. 대중적 관심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사가 지면에 실리진 못했지만, 이 경험은 소설 배경인 모래 행성 ‘아라키스’를 구상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아라키스를 초원의 땅으로 바꾸기 위해 실험하는 장면도 이 경험 덕에 만들어졌다.

그는 이슬람 지도자인 이맘 샤밀(1797∼1871)의 생애에 관심이 많았다. 샤밀은 러시아에 맞서 이슬람의 저항 전쟁을 이끌었다. 카리스마를 지니며 모든 추종자를 동등하게 대했다. 아라비아 전역을 휩쓸며 러시아군을 물리쳤다. 작품 속 아라키스에서 살아가는 토착민 프레멘을 이끌며 지배자 하코넨 가문과 싸우는 폴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특히 소설에서 그는 샤밀을 다룬 역사서 ‘낙원의 사브르’에 쓰인 문장을 직접 인용하기도 했다. “칼끝으로 죽이는 건 예술적이지 않다”는 폴의 말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는 1953년 멕시코 여행 중 환각제를 복용한 적이 있다. 우연히 대마가 들어간 과자를 무심코 먹었다. 향정신성 의약품인 LSD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나팔꽃 씨앗으로 만든 음료를 마시기도 했다. 이 경험 덕인지 소설에서 중독성이 매우 강한 스파이스를 복용했을 때 느끼는 환각상태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인생이 패턴을 만들어가는 속도가 느려지고, 모든 인생의 속도가 빨라진다”, “바람이 불고 불꽃이 번쩍였다. 빛의 고리들이 팽창했다가 수축했다”는 문장은 그가 환각제를 흡입한 경험에 기반해 썼다고 해석할 만하다.

흔히 우리는 위대한 소설을 쓴 작가를 천재라고 지레짐작한다. 하지만 그는 생전에 자신이 천재로 여겨지는 걸 싫어했다. 그는 소설의 구상 단계에서 6년 동안 자료를 조사했다고 주위에 밝혔다. 2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이슬람 신화, 천문학, 선불교, 아메리카 원주민의 부족의식 등 온갖 것을 공부했다. 그는 작품에서 ‘영웅 숭상’을 경고했다.

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악을 단죄한 걸까… 인간을 해친 걸까 [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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