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나일까…5명 중 1명은 다중 인격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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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틴 L. 비첨(가명)은 여러 개의 인격이 발달한 사람이다. 그는 세 가지 다른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일 수 있다. 같은 몸을 쓰고 있지만, 그들 각각은 신념, 성격, 취향과 기억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1906년 신경학자 몰턴 프린스가 기록한 실험 일지 중 일부다. 어느 날 크리스틴이란 환자가 불면증을 호소하며 그를 찾았다. 약물 처방으로는 차도가 없었다. 대신 최면 치료를 시도했다. 그러자 자신을 ‘크리스’ ‘샐리’라고 부르는 다른 인격들이 튀어나왔다. 오늘날 ‘해리성 인격장애’라고 불리는 증상이 처음 기록된 순간이었다.

일부 환자의 특이한 사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러 개의 분리된 자아가 형성되는 일은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 출간된 <나라는 착각>은 “매년 5명 중 1명은 비인격화 증상을 겪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이 살면서 어떤 형태로도 ‘해리'(의식의 분열)를 경험한다”고 주장한다.

<나라는 착각>(그레고리 번스 지음, 홍우진 옮김, 흐름출판, 360쪽, 2만2000원)

<나라는 착각>(그레고리 번스 지음, 홍우진 옮김, 흐름출판, 360쪽, 2만2000원)

미국 에모리대 심리학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인 그레고리 번스가 썼다. 그는 뇌과학과 심리학,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실험 결과를 토대로 뇌 속에서 정보가 어떤 경로로 편집되고, 어떻게 자아정체성의 형성으로 이어지는지 설명한다.

주장의 핵심은 ‘자아는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번스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자아를 가지고 있다. 찰나의 시간이 흐르는 순간 미래의 ‘나’가 현재로, 다시 과거로 미끄러진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당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느 버전이 진짜 당신인지 규정할 수 있겠나.”

인간의 뇌가 ‘불완전한 편집자’이기 때문이다. 두뇌에는 실제 사건을 원본 형태 그대로 저장할 공간이 없다. 마치 순간촬영사진처럼 파편화된 기억이 입력된다. 중요한 기억들이 두뇌의 저장소를 선점한다. 심리학자들은 이 같은 압축된 기억 형식을 ‘스키마’라고 부른다.

책은 인간이 자신을 소개하며 꺼내는 여러 ‘이름’은 단지 타인이 붙인 꼬리표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자아는 개인의 고유 영역이 아니며, 사회적 통념 속에 편집되고 재구성된 결과물이란 이유에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토니 스타크’와 ‘아이언맨’ 등 주어진 상황에 어울리는 모습을 취할 뿐이다.

저자는 인생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인간의 자아정체성이 불완전하다는 건, 동시에 자아가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주변의 시선에 사로잡혀 스스로 규정한 ‘자아정체성’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때다. 결국 이야기가 당신을 만든다.”

안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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