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주주 배당 늘리기만으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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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기업 가치 높이기(밸류업) 프로그램을 26일 공개했다. 상장사가 올 하반기부터 연 1회 이상 배당률 인상 같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면, 우수 기업을 선정해 3분기 중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칭)를 만든다. 4분기부터는 이 지수를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고 연기금 등의 투자를 유도해 주가 상승을 돕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업 참여를 늘리기 위해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등 세정 지원을 하기로 했다. 또 거래소 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되면 연 부과금 최대 5,000만 원이 면제된다. 참여 우수 기업에 주어지는 직접적 금전 혜택은 그 5,000만 원이 전부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율 참여가 원칙이라 얼마나 많은 기업이 동참할지 궁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 민생토론회에서 밸류업을 언급하면서, 기업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직후 저PBR 종목들이 동반 하락하는 등 시장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은 지난해 3월부터 추진 중인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도쿄거래소는 PBR이 1 이하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밸류업 실천방안과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하고, 참여 기업명을 매월 발표하는 등 관련 프로그램을 강제 추진했다. 그 결과 관련 지수가 20% 이상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이 한국과 달리 강제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밀어붙일 수 있는 자신감은 2014년부터 꾸준히 추진해 온 ‘기업지배구조 개혁’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화 투명화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등 기업 기초 체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공매도 폐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같은 주로 단기 투자자의 배를 불리는 부양책에 매달리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 이익 보호 같은 중장기 대책은 뒷전에 미뤄 놓은 상태다. 대증요법에만 매달려서는 한국 증시를 떠나는 외국 투자자를 붙잡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기업 체력 강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