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법리스크’ 핵심 내부통제…법원이 살펴본 디테일은”-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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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부터 현재진행형인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까지. 파생금융상품들이 적게는 수천억, 많게는 수조원의 소비자 피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금융 상품이 손실 구간에 접어들 때마다 소비자는 물론 국내 금융사들도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위험한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팔아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지요.

불완전 판매에 대한 비판은 금융사들의 ‘사법 리스크’로 번집니다. CEO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연임이 불가능한 수준의 중징계를 받습니다. 이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내부통제’입니다.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대표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 기준을 마련했는지가 수차례 법정에 섰습니다. 관련 재판이 쌓이면서 기준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판결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심 뒤집은 하나은행…법정에 안도의 한숨 가득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지난 29일 서울고등법원 한 법정. 양복을 갖춰입은 금융권, 법조계 인사들이 빼곡히 들어앉았습니다. 함 회장 중징계와 관련된 2심 재판이 열리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가 “징계를 취소한다”고 주문을 읽자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퍼져나옵니다. “수고했다”며 악수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1심 재판에서는 금융당국이 이겼던 터라 금융권 종사자들의 미소가 더욱 짙었습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2019년 하반기 전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떨어지면서 몇몇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문제가 된 DLF를 판매한 은행들이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안정 추구형 투자자들에게도 권유해 손실 규모가 더욱 컸죠. 함 회장은 당시 하나은행장으로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중징계를 받으면 최소 3년간 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습니다. 하나은행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걸었고 1심 패소를 거쳐 2심 승소를 이뤄냈습니다.

굵직한 금융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당국은 내부통제 기준을 문제 삼았습니다. 금융회사의지배구조에관한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금융사와 금융사 대표에게 징계를 내렸죠. 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을 뻔 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대표도 내부통제 기준 마련 위반이 이유가 됐습니다. 손 전 대표 또한 징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걸었고 2022년 12월 대법원에서 징계 취소를 받아냈습니다.

금융권은 줄곧 내부통제가 무엇인지 모호하다며 반발해왔습니다. 금융사 내부에서는 나름대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 운영했는데 문제가 터질 때마다 금융당국이 “기준이 없었다”며 징계를 내리는게 부당하다는 취지죠. 쉽게 말해 내부통제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불만입니다.

법원 “기준 마련 의무와 기준 준수 의무는 다르다”

이번 선고는 함 회장의 앞날은 물론 금융사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동안 관련 재판들이 ‘내부통제 기준’이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재판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는 행위와 기준을 준수하는 행위를 구별해 구체화 했기 때문입니다. 기준을 아예 만들지 않은 것과 만들기는 했지만 지키지 못한 것은 다른 의미입니다. 법적 처벌을 받는 단계에서는 전자가 훨씬 무거운 책임을 집니다.

1심 재판부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위반 근거가 된 총 10개의 사유 중 7개를 인정했습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같은 10개 사유를 ‘기준 마련 의무’와 ‘기준 준수 의무’로 나누어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10개 중 단 2개의 사유만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인정됐습니다. 징계 사유 대부분이 부적절했으니 징계를 취소하고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재판부는 “(불인정된 8개 처분사유는) 명확성, 예견 가능성 등 부족으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자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거나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위반으로 보아야 하는 사유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손 전 회장의 1심, 2심 재판부와 함 회장 1심 재판부는 금융사가 만든 내부통제 기준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주로 살펴봤습니다. 재판부는 개정 전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과 제4항, 금융사지배구조법 감독규정의 일부 내용을 꼭 담아야 하는 내용으로 봤습니다. 내부통제 업무 분장 및 조직구조, 이사회와 임원 등의 역할, 전문성을 갖춘 인력, 지원 및 자문 절차 마련 등입니다.

내부통제가 매번 문제가 되자 금융당국도 관련 규정을 손질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개정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맞춰 시행령 및 감독규정(고시)를 새로 예고했습니다. 금융회사 임원들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각 금융사가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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