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해외 취업” 속아 러시아로…전사한 인도·네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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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일하러 갔다가 러시아로 보내지기도
“젊은이들 전쟁터 보낸 인신매매 조직 적발”

고수익 해외 일자리에 지원한 인도·네팔 남성들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고 일부는 전사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십명에서 수백명으로 추정되는 인도인들이 군 보조원 혹은 보안 요원이라고 소개된 일자리에 지원한 뒤 본인 의사에 반해 러시아에서 최전선으로 보내지고 있다는 것이다.

 

23세 인도인 헤밀 만구키야는 지난해 12월 러시아로 일하러 간다며 집을 떠났다. 그는 유튜브 구인 영상을 통해 전쟁과는 관계가 없는 보안 요원직에 지원했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에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생각했던 일자리가 아니라 군사 훈련소를 거쳐 최전선으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에서 참호를 파고, 탄약을 나르고 소총과 기관총을 조작해야 했다. 지난달 말 그는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은 며칠 뒤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숨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일부 남성들은 두바이에 있는 일자리를 위해 출국했다가 중개인들에 의해 러시아로 보내졌다고 그 가족들은 말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최전방에서 우크라이나 제28기계화여단 소속 병사들이 러시아 진지를 향해 122㎜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AP뉴시스

최근에는 인도 펀자브주 출신이라는 7명의 인도인이 새해에 관광객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붙잡혀 벨라루스로 이송돼 구금됐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영상에서 한 남성은 “경찰이 우리를 러시아 당국에 넘겼고, 이들은 우리에게문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이제 그들은 우리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싸우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팔 상황은 더 심각하다. 네팔 정부는 자국민 수천 명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에 들어가게 된 것으로 추산되자 최근 시민들에게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일부는 자발적으로 합류한 것이지만 다른 이들은 갇혀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네팔인 다수는 일자리가 부족한 빈곤 지역 출신으로 전쟁에 대한 언급은 없이 고수입 일자리라는 거짓 약속에 속은 경우다. 심지어 중개인에게 수수료를 지불하기 위해 수천 달러의 빚을 지는 사례도 많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전에서 숨진 네팔인은 12명이지만 한 단체는 사망자가 19명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인도인과 네팔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은 러시아에 도착해 러시아로 쓰인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당하고 여권을 빼앗긴 후에야 그들이 러시아군에 1년간 복무하기로 했고 이를 피할 길은 감옥에 수년간 수감되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보통 2주가 안 되는 무기 훈련 사용 훈련을 받은 뒤 바로 전투 지역에 투입된다.

 

러시아군 병원에 있는 네팔인 난다람 푼은 소셜미디어에서 만난 한 중개인을 통해 독일에 있는 일자리를 약속받고 경유지인 러시아로 오라는 말을 따랐다. 그러나 그는 모스크바에서 군 훈련소를 거쳐 우크라이나 바흐무트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러시아 국방부에서 통역사로 일하며 모스크바의 외국인 병사 모집 시설에 배치된 한 인도인은 인도와 네팔에서 오는 다수가 전투 지역에서 일하기 위해 온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도 중앙수사국(CBI)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도 뉴델리와 뭄바이 등 7개 도시에서 약 13곳을 동시 수색, 고임금을 미끼로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낸 인신매매 조직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CBI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인도 젊은이들에게 고임금을 약속하며 후방에서 러시아군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유인했지만 실제로는 젊은이들에게 전투 훈련을 시키고 최전방에 투입했다.

 

CBI는 지금까지 인도 청년 35명이 이들에게 속아 전쟁에 참전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보내진 젊은이 가족들은 지금까지 최소 2명이 전장에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인도 외무부는 러시아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전했다.

 

네팔 외무부 대변인도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지속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확히 몇명의 자국민이 러시아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245명의 가족이 그들의 친지가 러시아군에 갇혀있다는 청원서를 제출했으며 다른 5명은 우크라이나에 전쟁 포로로 잡혀간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한명인 22세 네팔 학생은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러시아에 갔다가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러시아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혔으며 그가 도움을 요청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바 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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