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인구축소기를 대비한 그린벨트 개편 방향성”-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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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도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에서 지방 대도시 그린벨트 규제완화 구상이 제시되었다. 중요 지역전략사업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총량에서 제외하고, 그동안 개발불가였던 그린벨트 환경평가 1, 2등급지의 활용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방 대도시 그리고 산업단지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규제 완화 방안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그린벨트의 간헐적인 완화책에도 불구하고 해당 도시의 합리적인 성장을 왜곡하는 현상이 누적되어왔다. 인구축소기를 앞둔 현시점 과거 성장기와는 다른 시각에서 그 종합적인 해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그린벨트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적 애착이 유난히 강하다. 필자도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린벨트의 ‘무질서한 도시확장 및 연담화 방지’라는 설치 목적을 정답으로 배웠다. 그래서 미국에서 박사학위논문을 통해 그린벨트의 유지 필요성을 계획적 당위성이 아니라 경제적인 가치로 풀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박사학위 논문을 진행하면서 그린벨트가 한 도시의 성장을 통제할 수 없으며, 도시의 연담화 방지라는 목표는 개구리 뜀뛰기식 도시확산을 초래하여 결국 도시민들의 낭비적인 통근을 조장하게 될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 우려했던 그린벨트의 부작용이 현실화되어 서울대도시권을 비롯한 대도시들의 인구축소기를 견디는 경쟁력 유지에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

수도권의 통근 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조사 자료마다 차이는 있으나 해외 대도시들의 30분대 평균 출근 시간에 비해 수도권은 50분대이다. 국내 지방 대도시들도 40분대다. 이런 낭비적 통근의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경기도 400만 통근자 중 100만명이 서울시로 통근하고 있다. 최근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분석한 통근시간 1시간의 경제적 비용은 연 1200만원(월 100만원) 정도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사이 개발가능한 그린벨트 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로 도시권 외곽에서 녹지와 농지를 훼손하며 택지가 개발된다. 이로 인한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 통근자의 출근 시간 10분, 출퇴근 총 20분이 늘어났다면 늘어난 낭비적 통근비용은 무려 연 4조원[=1200만원×(20분/60분)×100만명]에 달한다.

이번 지방대도시를 대상으로 제시된 대안이 지방소멸을 막아내는 방어막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다. 다만 해당 대도시들의 경쟁력과 관련된 좀 더 합리적인 토지이용을 추구할 수 있는 선택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도시가 존재하는 이유는 도시 경제적 활동이 공간적으로 군집하여 발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간적 집적의 경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린벨트로 인해 산업단지가 기존 도시지역에 연접하지 못하고 그린벨트를 넘어 먼 곳에 조성되어야 한다면 관련된 물류비용이나 종사자들의 통근비용, 도로망 개설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비용의 증가는 해당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이번 대책 발표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대목은 환경평가 1, 2 등급지에 대한 유연한 활용 방안이다. 도시화된 토지도 관리를 안 하면 몇 년 사이 무성한 수풀로 우거진다. 그린벨트가 신의 영역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녹지와 본질적으로 다를 이유가 없다. 보도자료에도 제시되었듯 최근 20년간 생태 1, 2등급지가 67%에서 80%로 증가하였다. 자연 식생의 회복력은 강하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택지지구들의 사업지 경계를 보면 생선가시 발라내듯 비정형의 쓸모없는 구역이 포함된 경우들을 많이 본다. 이는 환경평가 1, 2 등급지를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10만평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했는데 결과적으로 정형화된 토지 8만평보다도 활용도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모자라는 2만평은 어딘가 다른 그린벨트를 풀어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녹지만의 관점이 아닌 도시적 토지이용과의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그린벨트 해제 토지의 토지 형상을 좀 더 정형화될 수 있도록 생태 1, 2 등급지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

인구축소기에는 지방소멸이란 화두로 대변되는 지방 도시들뿐 아니라 서울대도시권의 경쟁력도 결국은 약화할 것이다. 지방소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도시권의 경쟁력을 희생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며, 그동안 지속되어 온 수도권 규제 효과가 여의찮았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효과적이지도 않다. 인구축소기 국가간의 경쟁을 담당하는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는 더욱 절실한 방향성이다. 수도권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성장 여력이 남아있는 시기 낭비적 통근으로 고통받는 도시공간구조를 효율화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가 있다. 또한 경기도 외곽의 택지개발 대신 그린벨트를 풀어 경기도와 서울시의 사이 공간이 개발된다고 지방소멸이 더 가속화되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발표된 지방 대도시뿐 아니라 수도권 역시 전향적인 그린벨트 규제 완화가 도입되기를 간절하게 바래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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