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 신당 열흘 만에 결별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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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개혁신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한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총선 선거운동 지휘를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맡기는 안건이 상정되자 반대 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떠났다./이덕훈 기자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의 개혁신당이 통합 열흘 만에 사실상 분당(分黨) 국면을 맞이했다. 이준석 대표가 19일 최고위원회에서 총선 전권(全權)을 자신에게 위임하는 안건 표결을 강행하자 이낙연 대표 측은 “전두환 국보위냐” “이준석 대표는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는 “민망하다”며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제3지대 4개 세력(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은 지난 9일 통합에 합의했지만 이낙연·이준석 양측이 화학적 결합에 결국 실패한 채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이낙연 대표는 20일 ‘중대 발표’를 예고했다.

이낙연 대표 측 김종민 최고위원과 박원석 전 의원은 1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석 대표가 통합 파기를 기획하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개혁신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열고 이준석 대표에게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 권한 위임’과 ‘당원 자격 심사위원회 설치’ 등 안건을 다수결로 의결했다.

개혁신당은 지난 9일 통합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을 이낙연 대표로 한다고 합의했었다. 그런데 이낙연 대표에게 주어진 선거 전반의 이러한 권한을 이준석 대표에게 넘긴다는 안건이 상정되자 최고위는 파행했다. 당원 자격 심사위 설치 역시 최근 논란이 된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접근을 막겠다는 의미다. 최고위 6인 중 이준석·양향자·금태섭·조응천 4인은 찬성 입장이었다. 표결이 진행되자 이낙연·김종민 2인은 중도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회의장엔 고성이 오갔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나오면서 “전두환이, 나라가 어수선하니 국보위를 만들어 다 위임해 달라며 국회를 해산한 것과 뭐가 다르냐”며 “이준석 사당”이라고 했다. 이낙연 대표 역시 퇴장 전 선거 권한 위임은 자신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이낙연 대표 측은 이후 여의도 모처에서 별도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준석과 성급히 통합한 데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독자 행보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반(反)윤석열·반(反)이재명 노선을 걷되 옛 민주당·정의당 정체성에 맞는 야권 신당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 측은 이준석 대표가 ‘선거 전권’과 ‘배복주 입당’을 빌미로 자신들을 축출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위에서 해당 안건을 30분도 논의하지 않은 채 표결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견이 있는데 아무런 조율 없이 방망이(의사봉)를 두드리겠다는 건 민주주의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 측이 권한 위임 명분으로 신속성과 효율성을 내건 데 대해 박원석 전 의원은 “일체감이 아무리 높은 정당도 선거라는 예민한 시기에 그런 식으로 결정을 하지 않는다”며 “지금껏 특정 정책에 대해 2시간도 논의한 적이 없다. 기성 정치에나 있을 법한 사술(邪術)이다. 국민의힘에서 그런 식으로 했나”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가 최근 선거 전권 등 요구(16일), 합당 파기 가능성 등 기자회견 예고·취소(17일), 최고위 표결 강행(19일)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해 이들은 이낙연 대표 측의 당내 입지를 단계적으로 제거하려는 ‘사전 기획’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최고위에서 이낙연·김종민을 이원욱·천하람으로 교체하면 된다’ ‘그다음 김종인 공천관리위원회로 간다’ 같은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김종인을 끌고 오기 위해 이낙연을 몰아내려는 것”이라며 “아무리 정치가 막장이라고 해도 이준석 대표는 이런 식이면 정치할 자격 없다”며 “이게 어떻게 제3지대, 새로운 정치인가”라고 했다.

이낙연 대표가 창당했던 새로운미래는 아직 법적으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통합을 완료하지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미래 지도부 역시 이날 대책 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와의 결별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지난 9일 통합 당시 법적 대표직을 비롯, 당명과 당색, 원내대표·사무총장·수석대변인 등 주요 당직을 모두 이준석 대표에게 내준 것과 관련, “우리가 이준석에게 당했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개혁신당은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현역 의원 5명을 확보, 정당 보조금 6억6000만원을 받았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통합이 유지가 안 되면 환수해야 한다”고 했다. 개혁신당 통합이 깨지면 이낙연 대표 측 현역인 김 최고위원은 탈당할 전망이다. 이준석 대표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탈당하는 의원이 생겨 의석수가 5석 미만이 되면 보조금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또 “새로운미래 측에서 오늘 최고위 표결에 불응하기 위한 비난성 발언을 하는 것에 대응하지 않겠다”며 “민망하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가실 테면 가시라’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이준석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통합 파기 의도는 없었다”며 “악의적 몰아가기가 과도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에선 ‘법적으로 합당하지 않았으니 엄밀하게 분당은 아니다’ ‘합당 합의 결렬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준석 대표 측은 이낙연 대표 측이 이탈하더라도 반(反)여성주의 등 당 정체성과 2030 남성 등 기존 지지층을 지키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선거 전권을 위임받자마자 ‘전 국민 출산휴가 급여제’ 공약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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