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中企 상생 구심체 역할 … “독립성 높여야” 목소리 [뉴스 인사이드-출범 15년차 맞은 동반성장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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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구지만 정부 재단이 실질 운영
‘반민반관’ 성격 탓 중립성 유지에 의문

국고보조금에 기업 출연금으로 지탱
위원장 수당 개편 놓고 중기부와 갈등

새 수장 선임 앞두고 독립 논의 재점화
“대통령 직속이나 총리 산하로 옮겨야”

출범 15년 차를 맞은 동반성장위원회의 ‘독립’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 달 오영교 동반위원장 임기 만료와 맞물려 새 동반위원장이 선임될 때 논의가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오 위원장의 임기는 다음 달 4일 만료된다. 7대 위원장 선임은 아직 안갯속이지만, 최근 동반위원장 수당 개편안이 논의되면서 문제의 핵심인 동반위의 독립 문제도 차기 위원장의 숙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일보 1월30일자 17면 기사 참조>

 

사진=동반성장위원회 제공

동반위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에 근거해 2010년 12월 출범했다. 기업 간 사회적 갈등 문제를 발굴하고 논의해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는 구심체 역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주 업무는 동반성장지수 산정·공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공표다.

상생협력법에는 동반위가 정부 기관이나 재단 등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실상 운영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도맡고 있어 독립적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민간 기구인데도 정부의 입김을 받는 ‘반민반관’ 성격이라는 의미다.

◆대기업 자금으로 수당 지급해 모순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강하게 제기한 인물은 권기홍 전 동반위원장이다. 권 전 위원장은 동반위의 독립적·자율적 운영과 업무의 중립적인 수행을 위해 독립이 필요하다고 봤다. 2021년 여야 각각 동반위의 분리·독립을 뼈대로 한 법안을 국회에서 발의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김정재(대표 발의)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14명이 발의한 상생협력법 개정안과 이동주(대표 발의)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1명이 내놓은 같은 법 개정안은 동반위를 협력재단에서 떼어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동반위 연간 예산은 기획재정부에서 받는 국고보조금 12억원에 더해 기업들이 출연한 상생협력기금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 대기업 9개사에서 1억5000만원씩(총 13억5000만원), 유관 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 출연금(1억원)이다. 동반위원장 수당(월 800만원)과 동반위원 회의 참석 수당(회당 30만원)은 이 예산에서 지급된다.

 

이해관계자인 대기업에 예산을 기대는 게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반위원은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하면서 대기업의 주머니를 털어 운영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오래전에 독립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기부 장관이 최근 교체됐고, 새 동반위원장도 선임되는 현재 시점이 논의를 다시 시작할 터닝포인트”라고 했다.

2022년 3월 오 위원장 선임 이후 독립 문제는 현안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반위원장 수당 개편을 놓고 협력재단과 중기부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독립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협력재단은 지난해 8월부터 동반위원장 예우 개편 추진안을 마련해 중기부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을 참고해 여타 위원회 위원장 수준으로 현재보다 월 100만원가량 낮춰 수당을 조정하고, 구체적인 지급 규정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중기부는 지난해 9월과 11월 협력재단의 요청을 거듭 반려했다. 동반위원장의 보수 지급 방식을 협력재단이 개편하는 게 상생협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동반위원장은 협력재단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위원장 수당 개편 사항을 재단의 보수 지급 요령에 두는 게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에도 “협력재단과 동반위가 협의해 수당을 정하라”고 했다.

협력재단은 “동반위는 민간 회의체로 수당 지급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개정도 동반위에서는 논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끝내 협력재단은 중기부의 입장이 타당한지 감사원에 질의해 놓은 상태다.


◆이 업종 간 갈등 해결 가능한가

동반위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도 대통령 직속이나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겨 독립성과 권한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동반위는 동반성장지수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주 업무인데 적합업종의 실효성 논란이 최근 몇 년간 뜨거웠다.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업종·품목에 대한 대기업의 시장 진입과 확장을 제한하는 제도다. 2011년 제도 도입 뒤 113개 업종·품목이 지정됐고, 이 중 108개는 지정 기간이 만료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2년 발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적합업종의 점진적 폐지를 권고했다. 적합업종 지정이 중소기업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적합업종 품목이 속한 산업의 생산액, 부가가치, 고용, 유형자산 모두 적합업종 품목이 속하지 않은 산업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새로운 업종이 출현하는데 현재 동반위 구조가 이를 껴안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2022년 대리운전이 적합업종에 지정될 때에도 이 같은 문제가 생겼다. 동반위는 대리운전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신규 대기업의 대리운전업 진출을 제한하고 이미 대리운전업을 하는 카카오모빌리티, SK스퀘어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의 사업 확장을 일부 제한했다. 다만 전화 호출식 대리운전 시장에만 한정해 플랫폼(앱 호출식) 영역 시장의 진출 및 사업 확장에는 영향이 없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반발했다. 대기업의 앱 호출식 영역 시장 확대를 허용한 반쪽짜리라는 주장이다. 애초 동반위의 적합업종 실무위원회가 공익위원(7명), 중소기업위원(4명), 대기업위원(4명)으로 구성돼 플랫폼업계 종사자는 논의에 끼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동반위는 지난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 1월1일부터 상생형 갈등 조정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로 이 업종 간 갈등 해결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반위원은 “위원 구성이 업종별로 돼 있는 게 아니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나뉘어 이 업종 간 갈등을 다루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합업종 신청도 예전만큼 활발하지 못하고, 적합업종의 실효성 논란은 곧 동반위 존재에 의문부호를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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